보험사 RBC 규제 강화에 투자자도 배려해야

머니투데이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2013.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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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보험사들의 자본적정성 규제인 RBC(Risk Based Capital) 제도의 강화와 금리상승 추세가 맞물려 RBC 비율이 하락한 일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이나 증자에 나서고 있다.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계약자들의 권익보호라는 관점에서 RBC 규제 강화 필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뤄지고 있는지,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적절한 속도조절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의 주역인 투자자들이 논의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자본적정성의 경우 계약자들의 손해 발생 이전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한 이 문제에 있어서는 투자자들이 보험계약자들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규제강화와 관련된 상세한 사항들은 공식적으로 시장에 알려지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흔히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금융산업의 손실을 부담, 시스템의 안정성을 회복시킨 것은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는 은행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정부가 은행의 자본 확충에 나서기는 했지만 대부분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의 형태였다.

진정한 자본인 보통주자본을 통한 자본적정성 제고는 신한지주와 KB금융, 부산은행, 메리츠화재 증자와 한화생명 상장에서 나타나듯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을 통해서 이뤄졌다.

또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 문제가 제기됐을 때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이라는 형태로 손실을 부담했다는 점은 BOE나 BIS 등에서도 보통주 자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재차 강조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본규제를 강화함에 있어서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사전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본시장을 통해 회사의 가치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투자자들 입장에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험사의 RBC비율 및 자본적정성 규제에 대해 몇가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감독당국이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면서 국내의 경우 금융위기 파고가 높았음에도 보험사들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감독당국이 규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왜 규제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 일부 하위사들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을 통해 매년 RBC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어차피 유럽 국가들의 Solvency2 적용도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점을 생각하면 '2012~2015 RBC 규제 강화플랜 시행'이라는 당초 일정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국내 보험사들을 어떻게 안전한 자본적정성의 상태로 인도할 것이냐가 감독당국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내외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고, 특히 로드맵이 투자자들에게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RBC비율 산출 시 신뢰수준 상향이라는 방향성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특정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적용될 예정인지에 대해 감독당국 입장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없다.

투자자들은 특정 상장보험사의 IR자료를 통해 규제강화방안에 대해 접하게 된 게 현실이다. 최저보증이율과 관련 사항 등 감독당국이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RBC비율 관련 내용들에 대해서도 시장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들어 보험사도 배당 등의 자본관리에 대해 시장에서 많은 우려가 제기돼왔다. 감독당국의 규제일정 관련 정보에 대해 투자자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정상적인 감독활동의 일환으로 제언한 배당에 대한 원론적 자제 발언도 시장에서 지나친 간섭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의 바젤3의 경우도 당초 올해부터 전면 시행예정으로 발표됐다가 일정이 공식 연기되고 올해 12월부터 자본규제에 한해 적용하기로 변경된 바 있다. 이처럼 감독규제 일정은 우리나라 금융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사항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감독당국의 규제 방침을 이해하고, 건전한 자본 확충에 동참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제의 일정이 보다 투명하게 고시되도록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산업육성 및 소비자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소형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규제 강도에 있어서 보다 일관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RBC비율 수치만 보면 상장된 대형 보험사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최저보증이율 부담이 매우 크고, 후순위채를 인정한도까지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 회사들이 적정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자본확충 필요성을 무시하고 시간을 주는 반면, 자본비율을 확충해 나갈 여력이 충분한 대형 보험사들에게는 당장 규제비율을 맞추도록 권고한다면 자본의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은 불공평하게 느낄 소지가 높다.

요약하면 자본시장의 투자자들도 감독당국의 적절한 자본적정성 규제라는 울타리의 도움을 받고 있어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투자자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자본적정성 규제 강화 로드맵이 투자자들에게 보다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하고, 규제강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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