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주식 투자하는 남편에게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8.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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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9>여자가 간섭하면 수익률 오른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기자/그림=강기영 기자


“주식투자요? 아내 모르게 합니다.”

기혼인 A씨는 쌈짓돈을 갖고 주식투자하는 전형적인 30대 후반의 대한민국 남자다. 하지만 부인에겐 주식투자한다는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투자 금액이 커서가 아니라 괜히 주식투자로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그만 두라는 잔소리(?)가 심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주식투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내처럼 증권·경제관련 뉴스나 기사를 아예 보거나 읽지 않는 사람과는 주식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즉, “여자가 주식을 뭘 알어?”라는 여자를 무시하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을 때마다 왠지 부인에게 들킬 것만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뉴스를 보고 정보도 구하지만 주식투자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란 여간 만만치 않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적지 않은 남편들이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으리라. 그런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버클리(UC-Berkeley)의 터랜스 오딘(Terrance Odean) 교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데이비스(UC-Davis)의 브래드 바버(Brad Barber) 교수는 아내 몰래 주식투자하는 A씨가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는 게 당연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01)에 따르면, 아내의 허락과 간섭을 받고 주식투자를 하는 남편은 혼자 사는 미혼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투자성과를 보였다. 아내 모르게 주식투자하는 남편의 경우도 미혼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자의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오딘과 바버 교수의 연구는 남편이 주식투자할때 아내의 간섭을 받게 되면 투자수익률이 오르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남편의 허락과 간섭을 받고 주식투자를 하는 부인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남편 없이 혼자 사는 미혼 여성보다 주식투자 성과가 안 좋았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오딘과 바버 교수는 이 결과를 놓고 주식투자에 있어서 남자는 여자보다 나쁜 트레이더일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주식 투자 결정에) 나쁜 훈수를 두는 존재라고 분석했다. 골프경기에 비유하면,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골프를 잘 못하는 플레이어일 뿐만 아니라 캐디로서도 꽝이라는 말이 된다.

그 이유를 오딘과 바버 교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빈번히 주식을 매매하는 성향에서 찾았다. 실제로 이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무려 45%나 더 자주 매매하고 이처럼 잦은 매매 때문에 연간수익률이 약 2.65%나 줄어든다고 조사했다.

그렇다면 왜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빈번히 주식매매에 나서는 걸까? 오딘과 바버 교수는 그 원인을 남성의 과신(overconfidence) 때문이라고 봤다. 과신이 주식투자에 존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관련 정보가 다 주가에 곧바로 반영된다고 보는 강형(Strong-form) 효율적 시장가설(EMH) 하에서는 주식 거래가 일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참가자가 이성적이라면 항상 적정가격에 놓여 있는 주가를 보고 굳이 주식을 사거나 팔 동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과신에 찬 누군가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남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믿는 시장참가자는 현재 시장에서 결정된 주가가 적정주가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주식을 사거나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욕구가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주식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과신에 찬 시장참가자자가 많이 존재한다면 그만큼 주식거래량도 늘어나게 된다.

오딘과 바버 교수의 연구는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과신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더 빈번히 매매를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A씨도 주식투자는 아내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기 때문에 부인에게 아무 얘기 안하고 혼자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남성의 과신 또는 여성 무시 현상은 특히 남성의 구성 비율이 높은 금융권, 자본시장, 재무학계에 만연한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오딘과 바버 교수의 연구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과신을 해서도 안되고 너무 잦은 매매를 해서도 안된다는 게 결론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덫에 남성이 빠질 위험이 높으니 특히 조심하라고 덧붙이고 있다.

만약 당신도 지금까지 아내에게 주식투자를 숨겨 왔다면, 오늘 당장 아내에게 이실직고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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