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A씨는 "술집 호객꾼들이 불법 전단지 돌리다 단속되는 거랑 뭐가 다르냐"며 "나 스스로가 한심해 죽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A씨는 재고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인근 대형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로 주로 '디클로페낙' 처방을 내려 재고를 넉넉히 쌓아놨는데, 돌연 '에토돌락'으로 바뀌었다. 재고를 털어내려고 처방전과 다른 약을 조제하면서 손님과 '약값 흥정'까지 했다. 결국 약국장의 잔소리를 들으며 재고 물량을 다른 약국에 '떨이'로 넘겨야 했다.
게다가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과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종합 판매하는 '올리브영', '왓슨스' 등 드럭스토어가 점점 늘어나면서 개인 약국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8월 현재 전국의 약국은 약 2만여 곳. 절반 가량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약국 숫자는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1년 폐업 약국 수(1683)가 처음으로 개업 약국 수(1666)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폐업 약국 수(1853)가 개업 약국 수(1732)보다 100곳 이상 많았다. 폐업 약국의 대부분이 개인 약국들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전국 3만2606명의 약사 가운데 2만8112명이 병원이 아닌 개인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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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줄어드는데 약사들 간 경쟁은 더 심해진다. 과거 매년 1300여명씩 늘어나던 약사는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도입 이후 매년 2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입도 정체돼 있다. 2009년 월평균 245만원 가량이던 약사 소득신고는 2010년 249만원, 2011년 246만원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A씨는 "소득신고 탈루분을 감안하더라도 대형병원 앞의 이른바 '문전약국'이 아니면 한달에 300만원 이상 받는 월급 약사는 거의 없다"며 "약사 평균 소득이 약국장들의 소득까지 합친 것임을 감안하면 일반 약사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