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와 출구전략의 차이

머니투데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2013.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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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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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축소와 출구전략의 차이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자기(미국)만 살겠다고 돈을 푼 지 어언 5년이 돼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황당(?)했지만, 돈을 푼 미국은 달러화도 견조하고 경기와 금융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신흥국은 오히려 단기간 유입된 자금이 언제 빠져나갈지 몰라 초긴장상태다.

일부 신흥국의 경우 취약한 펀더멘털 대비 핫머니들이 들어와 거품을 만들었다면 충격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금융위기 당사자인 미국이 마치 주인인 것처럼 칼자루를 쥐고 금융시장을 흔드는 상황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은 미국이 언제쯤 유동성을 흡수할 것인 지에 쏠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은 출구전략을 우려하고 있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것은 정확한 의미의 출구전략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용어부터가 다르다. 출구전략은 영어로 '엑시트 플랜(Exit Plan)'이라고 해서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흡수하는 적극적인 단계를 말한다.



반면 요즘 시장에서 말하는 양적완화 축소는 영어로 '태퍼링(Tapering)'이라고 부르는데, 점점 적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돈을 풀어도 경기가 안 살아나다 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매달 채권을 850억달러씩 사고, 반대로 돈을 공급해왔는데 이제 돈을 너무 푸는 것 같으니까 600억달러 또는 700억달러씩만 돈을 풀자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돈을 줄이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돈을 줄이는 첫 번째 이유가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니 너무 많이 풀 필요는 없기 때문이며, 100억달러만 해도 원화로 11조원이 넘는 금액이니 시장에는 여전히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 신흥국의 접근법이 달라진다.


첫째, 미국이 대규모 출구전략을 구사하면서 신흥국에서 급격하게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라면 1990년과 같은 자금공동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금리인상을 포함한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중남미 금융위기와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이 폭락세를 경험한 바 있다.

둘째, 출구는 아니고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도라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라는 큰 바구니는 유지된 채 그 안에서 선호도가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경상수지와 재정건전성이 높은 말레이시아, 한국 등 안전한 국가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의 결론이 첫 번째라면 일단 모든 금융자산을 팔고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이 좋을 것이다.

반대로 두 번째 결론을 생각한다면 한국 주식, 특히 올 상반기 일본 아베 총리의 엔저 충격으로 최악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하락했던 자동차 등 경기민감 대형주를 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의 판단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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