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힘든 내성男, 자기속에 '광끼'를 펼치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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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클라이드 役 한지상··· 자유를 꿈꾸는 섹시 총잡이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는 클라이드 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 그는 벌써 배역에 푹 빠진 듯 했다. "저요, 눈물 날 정도로 자유롭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클라이드 역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만큼 자유로운 인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사진=홍봉진 기자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는 클라이드 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 그는 벌써 배역에 푹 빠진 듯 했다. "저요, 눈물 날 정도로 자유롭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클라이드 역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만큼 자유로운 인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사진=홍봉진 기자


이 배우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배우 한지상(31). 최근 뮤지컬배우 중에 이만큼 바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종횡무진' '전력질주'라는 말이 함께 떠오른다.

올해만 해도 그는 '완득이'(도완득 역) '넥스트 투 노멀'(게이브 역)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유다 역)에 이어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스칼렛 핌퍼넬'에서 열연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국내 초연하는 '보니앤클라이드'를 통해 자유를 꿈꾸는 정열적인 남자로 이전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만난 그에게 어떻게 쉬지 않고 에너지를 계속 뿜어내는지 묻자, "악쓰면서 버티는 거죠, 저는 겁도 많지만 깡다구도 있거든요"라며 "결국은 집중력의 싸움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듣고 보니 그렇다. 실제 마주한 그는 작은 얼굴에 마른 체구,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인 듯 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활보하는 그를 떠올리면 그 존재감은 엄청나다. 이런 반전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요즘 제 공연에 오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고 해요. 골뱅이 안경에 말만 하면 얼굴 빨개지던 애가 무대를 뛰어다니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에게 놀랍지 않았어요. 제가 연기하는 수많은 캐릭터요? 그거 예전에 제 속에 다 만들어놓았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연기하는 거거든요."

겁은 많지만 도전할 수 있고, 무섭지만 놀이기구는 계속 탈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유년시절 상상력으로 다양한 자아를 만들어놨다고 털어놨다. "내성적인 제 안에서 끔찍하고 흉측하고 심지어 야한 생각까지 별별 상상이 다 일어나요. 좀비 같은 자아도 있고요."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고2때, 난독증이 생겨 자괴감을 느끼고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는 그때를 회상하며 "제가 고장난거죠"라고 말했다. '역시 배우는 배우인가?'라는 생각이 스치며 어쩌면 그때 '천상배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앓이'를 경험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전에피소드는 또 있다. 한지상이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교 수업을 들으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바로 '자기소개' 시간이었다는 것. 무대에서는 그토록 천연덕스럽게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 자기소개가 제일 어렵다니···.

"제가 지난해 부족한 학점을 채우느라 마지막 학기를 다녔는데요, 띠 동갑에서 한 살 모자란 93년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거든요. 학기 초 연극영화과 수업 중에 한 명씩 나와서 3분 스피치로 자기소개를 하라는데, 너무 부끄러운 거에요. 제 유일한 무기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빌어서 한 인물을 조각하듯 만들어내는 건데, 제 소개를 하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연기는 한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지상이 아닌 한지상을 또다시 만나게 된다.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1930년대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강도 클라이드와 보니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뮤지컬은 대공황 시기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두려움을 모르며 사회에 저항하던 이들의 러브스토리와 범죄행각은 1967년 영화로 제작, 국내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뮤지컬로는 2009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초연한 이후 2010년 플로리다 사라소타, 2011년 브로드웨이, 지난해 일본 도쿄와 오사카 공연을 거쳐 이번에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그가 맡은 역은 속박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클라이드. 그는 클라이드에 대해 "강렬하고 섹시하며 유머 있고 단순무식한 인물"이라며 "이만큼 자유로운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자동차 선루프 열어놓은 채 팔을 쫙 펴고 순간의 자유를 만끽하잖아요. 저 역시 정말 눈물날정도로 자유롭고 싶어요. 몸의 자유보다 마음의 자유요."

작품 이야기를 하던 그는 어느덧 두 팔을 양쪽으로 크게 펼치더니 슬며시 눈을 감고 클라이드가 된다. 이미 캐릭터에 푹 빠진 모습이다. 아무래도 클라이드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단다.

"당시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던 클라이드는 결국 파멸했지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의 짜릿함을 즐기고 살았잖아요. 그런 클라이드를 아련하게 재조명 하고 있어요. 한국관객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거에요. 자유를 갈망하는 캐릭터와 무대에서 연발하는 총질을 보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실 걸요?"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며 아무도 몰랐던 한지상의 새로운 모습을 또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기대감에 이미 스트레스를 잊는다. 그가 만든 수많은 자아들이 앞으로 오래도록 관객과 만나 깊은 소통을 할 수 있기를!

한지상의 학창시절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배우가 된 지금, 그는 자신 속에 수많은 캐릭터들을 매작품마다 꺼내 스스로 캐스팅하고 훈련시키고 감독한다. 이미 삶의 하루하루가 영화의 컷으로 남겨지고 있지 않을까. /사진=홍봉진 기자한지상의 학창시절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배우가 된 지금, 그는 자신 속에 수많은 캐릭터들을 매작품마다 꺼내 스스로 캐스팅하고 훈련시키고 감독한다. 이미 삶의 하루하루가 영화의 컷으로 남겨지고 있지 않을까.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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