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월세대출 상품 출시 압력에 대한 한 시중은행 실무자의 푸념이다.
앞서 올 3월 신한은행이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월세자금 전용 대출을, 그리고 우리은행이 신용대출 방식을 차용한 월세대출을 내놓았지만 최근까지 판매 실적은 각각 5건 안팎에 그쳤다. 월세대출이 사실상 상품가치가 없음이 시장에서 증명된 것.
이 때문에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에 떠밀려 실패를 예상하고도 내놓은 전형적인 '관치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출한도 3000만 원→5000만 원 확대 △대출대상 아파트→일반주택으로 확대 △보증한도 80%→100% 상향 △대출자 신용도를 6등급 이내→8등급 이내로 확대 등의 월세대출 활성화 방안 역시 기존에 월세대출을 내놓은 신한·우리 은행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명무실'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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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월세대출 자체가 대출 자금의 회수가 어려워 은행에서는 설계 자체가 난감한 상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자의 지급 불능시 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는 '담보'가 존재하지만, 월세대출은 그렇지 못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월세가 아무리 올랐다 해도 '목돈'은 아니기 때문에, 월세를 대출해야 할 정도의 서민들은 주로 생활비조차 부족한 저신용층에 많이 분포해 있을 것"이라며 "이들에겐 월세대출 상품을 만들어 주는 건 소득이 없다. 그저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로선 월세대출이 많이 나가도 문제다. 저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굳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로선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소금융의 경우, 지난 4월 말 현재 신용등급별 연체율은 7등급은 7.8%에 그친 반면 10등급은 37.6%였다.
그러나 은행권으로선 당국의 주문이 내려진 만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눈치작전'이 다시 시작됐다. 은행들은 월세대출 상품 관련 질문에 입을 닫은 가운데 오히려 기자에게 "다른 은행은 어떠냐"고 반문하기 일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월세 불안은 경기부진과 얼어붙은 주택 매매 시장, 저금리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개별 은행들에게 실패 가능성이 높은 대출상품을 내놓아 해결하라는 주문은 '미봉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