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없고 빽없는 사람 성공하려면...□□에 '올인'하라"

머니투데이 송정렬 부장 2013.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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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중기人사이드]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사진제공=주성엔지니어링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사진제공=주성엔지니어링


경기 광주에 위치한 주성엔지니어링 본사건물 정면에는 1년 365일 대형 태극기가 내걸려있다. 2001년부터 벌써 13년째다.

"2001년 당시 주고객사 납품이 갑자기 끊기는 위기가 찾아왔다. 다들 주성 망할 것이라 했고, 이직하는 선수들도 생겼다. 우선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태극기를 만들어 달았다. 선수들의 마음이 안정되고, 다시 해보자는 희망이 싹트는 등 효과 만점이었다. 회사 설립하고 가장 잘한 일이 태극기를 단 것이다(웃음)."

현장에서 만나는 벤처기업인들이 인정하는 '국대급'(국가대표) 벤처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다.



왜일까. 황 대표가 그동안 벤처업계의 수장인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냈고, 현 정부의 초대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였고, 국내 주식부호 3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한 벤처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실 황 대표 말고도 벤처업계에 화려한 성공과 외부활동 경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난 아직 현역 엔지니어'=황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 그 이유는 '현장'이다. 황 대표는 누구보다 성공한 기업가로 꼽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현장을 지키고 있다. 본인 역시 주성의 R&D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중 하나인 것이다. 황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을 선수라고 부른다.



주성엔지니어링 로고주성엔지니어링 로고
"지금도 저희 선수들과 함께 R&D를 같이 하고 있어요. 하반기에 선보일 제품 개발도 직접 챙기고 있죠.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R&D를 하고 있죠."

천생 엔지니어답게 황 대표의 창업스토리도 남다르다. 성공이나 돈 보다는 기술에 대한 설움과 갈증에서 창업에 나섰던 것.

"대학 졸업하고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 외국계 반도체 장비 회사를 다녔죠. 당시 대단한 것도 아닌데 우리 기술자들은 아예 반도체 장비에 손도 못대게 했죠. 비싼 장비 망가질까봐서요. 당시만 해도 반도체 장비에는 국산 나사못 하나 못쓴다고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잘난 반도체 장비 한번 만들어보자"는 오기가 황 대표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황 대표는 1993년부터 혼자서 반도체 장비를 개조,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3억원 가량의 창업 종잣돈을 모았다. 창업당시 '세계 1등 제품 개발'을 목표로 잡았던 주성은 1995년 법인 전환 이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최초 장비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초고속 성장신화를 써나갔다.

1999년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2000년초 시가총액이 무려 3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시 황 대표는 내로라하는 그룹회장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주식부호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창조'에 몰빵하라=거침없던 주성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2001년 주고객사의 납품이 일방적으로 중단되면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황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도체장비에서 디스플레이장비, 태양광장비 등으로 기술스펙트럼을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황 대표의 승부수는 통했고, 보란듯이 주성은 되살아났다.

황 대표가 말하는 성공비결은 끊임없는 '창조'다. 남들을 따라 해서는 2등밖에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득권이 없는 사람이나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창조'에 올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거나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창조정신이 있으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물어봤다. 황 대표는 올해초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지만, 주식신탁문제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포기해야했다.

"창조의 경쟁자는 뭘까. 바로 시장의 기득권이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창조가 '갑을관계' 등 기득권을 이겨야한다. 사회기득권이 재정립돼야하는 이유다. 희망이 있어야 창조가 일어난다. 앞으로 대기업도 모방할게 없다. 대기업도 창조해야한다. 중소 협력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농촌에 벤처정신 심는다=지난해 주성의 매출은 70%나 줄었다. 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관련투자가 얼어붙었기 때문. 황 대표는 "지난해 많은 직원들을 내보내야할 정도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황 대표가 올 들어 그 어느때보다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올해 무엇보다도 주성의 실적을 정상화하는 것이 황 대표의 목표다. 다행히 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의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띄면서 주성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있다.

황 대표가 최근 들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농촌'이다. 4개월 전 농촌에 벤처를 접목해 '농촌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농촌벤처포럼을 만들어 의장을 맡았다.

"섬유부터 반도체까지 10개 산업이 세계 1등을 하면서 GDP(국내총생산) 2만달러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산업만으로는 4만달러를 갈수 없다. GDP 4만달러의 동력이 바로 1차산업인 농업에 달려있다. 농업에 벤처를 접목해 1차산업이 다시 성장하면 또다른 3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 이후 없었던 농촌 선진화가 반드시 추진돼야하는 이유다."

황 대표는 공직제안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똑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주특기인 '창조'를 바탕으로 제 2의 새마을운동을 꿈꾸는 그의 향후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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