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논쟁, 경제통 의원들 뭐하나 했더니…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3.08.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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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출신 나성린·이만우, 관료출신 김진표·이용섭 두각

박근혜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여야 경제통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을 비롯, 이만우 의원 등은 세제개편안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저소득층 혜택 등 '순기능'을 부각시켰다. 반대편인 민주당엔 참여정부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비롯, 김진표 이용섭 홍종학 의원 등이 포진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각종 인터뷰에 응하고 세제개편안을 해설하는 보도자료를 각각 내면서 여론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자 그동안 세제개편안에 '맹공'을 퍼부은 야당 의원들이 주목을 끌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란 공세를 주도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브리핑에서 △과표 구간 1억5000만원(연봉 2억 이상) 초과 구간 고소득자들에 대한 추가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 등에 대해 "중산층 세부담을 늘리고 월급쟁이의 13번째 월급을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표·이용섭 의원도 가세했다. 이들은 정부가 '부자감세' 기조를 철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고소득자·대기업 등에 과세를 지금보다 늘리면 늘어난 세수 덕에 중산층·서민에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수석과 국무조정실장,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행정자치부장관·국세청장을 두루 거친 세정 전문가다.



그러나 이들이 정부여당 핵심인사로 참여했던 참여정부 때에도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세금폭탄' 논란이 뜨거웠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결정적으로 허물어뜨렸다.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거친 이들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수증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이와 관련 이용섭 의원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종부세 등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조세저항을 야기한 측면은 있지만 조세형평성을 개선하면서 (세수 증가분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방향은 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정부 첫 세제개편안은 부자감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세제정책의 기본인 낙수효과(고소득층 세금을 깎으면 경기활성화 효과가 저소득층에게 이어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이미 잘못됐음이 입증됐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1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박 대통령은 당장 눈앞의 소나기만 피하려 해선 안된다"며 "소득세 최고세율 38%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고, 법인세 중간 과표구간을 2억~500억원으로 확대해 세율 22%를 적용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 의원들의 역할이 부쩍 중요해진 것은 여야 대치국면의 성격 변화와도 관련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 지난 대선 관련 이슈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세금문제로 옮겨오는 양상이다.

나성린 부의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수 시절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장을 지냈다. 이만우 의원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지낸 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 모두 경제관료 또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현장경험과 이론으로 무장한 것이 공통점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앞선 개편안을 옹호했던 입장은 다소 난처해졌다.

나 부의장은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억5000만~3억원 소득구간에) 상당수의 월급 생활자 또는 우리 사회의 주도층들이 들어간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됐다. '사회 주도층'의 세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 중산층 세금을 올리는 것 아니냔 오해를 샀다.

이만우 의원은 12일 "종교인들도 내년부터 과세대상이 되고 올 상반기에도 세수가 9조원 정도 덜 걷힌 것을 감안할 때 조금씩 양보하는 정신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조세연구원장과 KDI 교수를 지낸 또다른 전문가. 다만 지금은 당 대변인이란 직함 탓에 개인 견해보단 당 입장을 전하는 데 충실하다. 유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세제개편안 문제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게 됐다"며 "당에서는 정부에 3450만~5000만원 소득자의 세부담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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