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세제 정상화'다. 8일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5년의 조세정책 방향으로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제시했다. 정상화는 현 세법 체계가 비정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득세·법인세·재산세·소비세 등 모든 분야가 문제다. 소득세는 면세자가 많고 과세 기반이 약하다. 법인세는 3단계로 복잡하다. 재산세의 경우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가 낮은 이상한 구조다. 앞으로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 5년의 목표다.
첫 번째 플랜이 소득세다. 이번 2013년 세법개편안의 골자이기도 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 대표적이다.
중위소득자는 소득의 43%를 공제받는 구조다. 정부는 여기에 손을 댔다. 근로소득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은 세액공제를 15%만 한다. 보장성 보험료·연금저축 등은 12%다. 인적공제 중 자녀양육관련은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한다. 장애인·경로우대 등은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이에따른 세수 증가분이 1조4000억원이다. 사실상 증세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부담이 늘어나는 월급쟁이 434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0만원의 증세다.
정부는 '7대3'의 논리를 내세웠다. 세부담이 증가하는 계층은 연봉 3450만원이 넘는 이들로 상위 28%다. 나머지 72%는 오히려 세부담이 준다. 소득공제가 갖는 역진성 때문이다. 예컨대 교육비를 1000만원으로 가정하면 한계세율 38%가 적용되는 고소득자는 380만원 수준의 혜택을, 6%가 적용되는 저소득자는 60만원 수준의 혜택을 받는다.
그래도 '13월의 월급', 연말정산의 달콤함을 잃게 되는 중산층 입장에선 세제 개편을 반기기 쉽지 않다. 공무원 직급보조비를 과세로 전환한 것도 근로자의 반발을 의식한 선조치로 풀이된다.
종교인 소득 과세·부자 농민 소득세 과세까지 넣었다.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한도 설정·미용목적 성형수술 과세 확대 등은 '세금 늘리기'용이다. 부가가치세를 통한 세수증대분만 77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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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쪽도 세금 걷기에 방점이 찍혔다. 창조경제 지원,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세제 지원 등은 지원책이 없지 않지만 눈길은 지원 축소 방안에 쏠린다. 투자지원제도 재설계란 명분 하에 각종 투자세액공제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에너지절약시설투자세액공제나 연구개발(R&D)설비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공제율이 현행 10%에서 대기업은 3%로 낮아진다. 대부분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분야다. 여기서만 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다. 각종 비과세 감면 정비를 더하면 대기업 세부담 증가분만 1조원 규모다.
걷은 돈은 대부분 EITC와 CTC로 들어간다. 복지 재원을 마련해 고스란히 투입하는 식이다. 큰 그림과 방향은 그럴 듯 하지만 목표(공약 가계부)를 정한 뒤 이에 맞춰가는 정상화라는 게 걸린다. 135조원이라는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정상화'의 길을 택했겠냐는 반론과 맞물린다.
중장기 과제로 내걸었지만 '거래세 인하-보유세 적정화', '에너지 세제 개편', 법인세 개편 등 다른 세제의 정상화도 쉬운 게 아니다. 5년의 목표를 추진할 만큼 경제 체력이 튼실한 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곳곳의 조세 저항을 넘어야 한다. 소득공제 개편,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설정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반발은 기본이다.
증세도 고민거리다. 증세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지난해 기준 20.2%인 조세부담률을 2017년 21%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목표가 결국 증세 선언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추가재원이 필요하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세입 확충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애써 증세 분위기를 가라앉히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