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도 찢어버리는 울버린의 손톱, 현실에선?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8.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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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사이언스-⑩]'더 울버린'을 통해 본 신소재 연구 현재와 미래

편집자주 영화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더 울버린'의 한 장면/사진=20세기 폭스 코리아영화 '더 울버린'의 한 장면/사진=20세기 폭스 코리아


'철갑 영웅' 시리즈가 또 한번 극장가를 종횡무진할 태세다.

강철 수트를 차려 입은 ‘아이언맨’에 이어 강철도 찢어버리는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오는 살아 있는 살생무기 ‘더 울버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온몸의 골격이 '아다만티움'이라는 가상의 특수 물질로 이뤄져 일당백의 전투 능력을 지닌 울버린(휴잭맨 분)은 주먹을 쥘 때마다 손 관절 사이로 튀어나오는 '클로'(메탈로 만들어진 무기)로 숙적인 '실버 사무라이'와 일전을 벌인다.



영화 속 아다만티움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으로 정의하나 현존하지는 않는다. 제작사인 마블 유니버스에서 꾸며낸 상상 속의 물질이다. 때문에 그 강도가 어느 정도 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오로지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는 극상의 설정이 추정할 단서라면 단서다. 다만, 이 소재를 '철의 복합물'이라고 설명한 점은 현 과학계 연구트랜드에 비춰볼 때 그럴 듯하다.

지난달 금속 강도를 수백 배로 높인 슈퍼 신소재가 개발돼 관심을 이끌었는 데 이 소재의 개발 원리가 '구리-그래핀', '니켈-그래핀'의 복합물이다.



구리와 니켈에 그래핀을 층간 삽입해 원 소재보다 강도를 각각 500배, 180배 높인 초고강도 나노복합소재를 카이스트 EEWS 대학원 한승민·정유성 교수, 신소재공학과 전석우 교수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

강도 증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속과 그래핀을 샌드위치처럼 층상구조물의 형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은 단원자 그래핀을 포함하는 '금속-그래핀 다중층 복합소재'를 제작한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구리-그래핀 다중층 물질은 층간 간격 70나노미터(nm)일 때 순수 구리의 500배(1.5GPa, GPa : 1㎡당 1000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단위), 니켈-그래핀 다중층 물질의 경우에는 층간 간격이 100nm일 때 순수 니켈의 180배(4.0GPa)에 달하는 강도를 나타냈다.


한승민 교수는 "이 소재를 통해 자동차나 우주항공용으로 초경량 초고강도의 부품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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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과학 이론대로면 강도가 높은 물질일수록 무게가 더 나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울버린이 클로를 팔 관절 내에 숨길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가볍다는 설정이 기본 전제가 된다.

단단한 금속 소재의 연구는 국방용 무기 생산과 연계되면서 최근엔 '초경량화'에 초점이 맞춰져 흘러가고 있다.

이 연구의 중심엔 '그래핀'이 자리잡고 있다. 오는 2023년엔 그래핀을 활용한 첨단무기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35nm밖에 안 되지만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므로 모든 무기의 초경량화가 가능한 탓이다.

때문에 미국 국방성을 비롯해 다수의 국방과학연구소가 그래핀을 통한 최첨단 군인 장비 개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국방용으로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소재 개발도 함께 병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에선 향후 10년후 군복은 강철보다 20배 튼튼한 ‘거미실크’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생물 공학적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소재로 군복을 맞춰 입는다면 일단 군복은 거미줄처럼 가벼워진다. 힘든 행군을 하더라도 체력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전투 시 적의 총탄이나 포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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