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말고도 KTX 멈출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7.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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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사이언스-⑧]지질硏, 가속도 센서 갖춘 지진대응시스템 경부고속철 구간 설치

편집자주 영화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속 '설국열차'를 묘사한 그림/자료=CJ 영화 속 '설국열차'를 묘사한 그림/자료=CJ


지난 1999년작 '아토믹 트레인', 덴버로 향하는 화물열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키자 이를 멈춰 세우기 위해 선로 탈선과 인공 모래언덕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열차에 러시아산 밀수 핵폭탄이 실려 있다는 정보가 공개되면서 폭발위험을 수반한 이 열차를 제동시킬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미 정보당국은 위기에 봉착한다.



내달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가 개봉을 앞두고 한동안 뜸했던 '폭주 기관차'라는 영화 소재가 또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장르의 원로급 '폭주 기관차'(1989년작)부터 웨슬리 스나입스의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머니 트레인'(1996), 기관사가 외계인이란 반전을 심은 '나이트 트레인'(2009) 등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서 폭주기관차는 단골 소재로 통했으며, 액션영화 마니아의 충성도 또한 높았다.



이런 영화들의 설정은 대부분 '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거대 기관차를 세울 수 없다는 가정 아래 아슬아슬한 액션신이 관객의 심장을 움켜쥔다.

충무로에서도 폭주기관차는 '역대 최고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과 같은 타이틀이 내걸린 영화에선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기 마련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국내 남성 톱 배우 3인방이 등장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선 질주하는 열차 속 격투나 총격신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신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봉 감독의 '설국열차' 설정은 지금까지 열차 장르보다 한수 위다. 새로운 빙하기, 인류 생존자를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기차는 총 1001량으로 그 길이만 해도 4킬로미터(km)가 넘는다.

서울지하철 8~10량의 길이가 140미터(m) 가량 된다고 하니 그 길이를 얼추 비교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열차에 급제동이라도 거는 날엔 아마 국가비상상태 급의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터질 게 분명하다.

때문에 어떤 기차든 비상제동 권한은 열차 기관사를 제외하면 국가가 지정한 기관의 권한으로 철저히 관리된다.

영화처럼 우리나라에서 만일, 전쟁이나 지진 등으로 고속열차(KTX)를 선로에 당장 멈춰 세워야할 경우 철도신호제어시스템(CTC)를 운영하는 코레일(KORAIL) 이외 비상 제동권을 가진 또다른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이다.

KTX 개통 때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질연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함께 경부고속철 구간에 지진대응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KTX 선로 및 교량을 따라 약 20km 간격으로 지진가속도센서를 설치한 것으로, 광통신망을 통해 계측된 지진동 자료는 중앙관제실 중앙서버에 전송된다.

중앙관제실 서버는 이 자료를 분석해 최대지진동의 가속도 값을 실시간으로 표출한다.

예컨대 지진 발생 시 KTX 노선의 최대 가속도 수준이 40gal(cm/sec2) 이상이면 해당 구간에 경고 신호를, 가속도 값이 65gal(cm/sec2)이상이면 정지에 해당하는 경보를 철도교통관제실 관제사에게 제공한다.

관제사는 이 정보를 확인한 즉시 운행 중인 열차의 서행이나 운행 정지 등을 지시하도록 돼 있다.

지질연은 "보다 빠른 지진대응을 위해 지진감시시스템 결과가 철도제어시스템에 자동 연동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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