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밥퍼'의 공연 모습들.
/사진=서울시뮤지컬단
/사진=서울시뮤지컬단
지난해 12월 당시 초연보다 극의 구성과 음악을 많이 다듬었지만, 무대공연예술로서 뮤지컬에 대한 노하우가 아직은 한참 부족해 보인다. 귀에 확 들어오는 음악이나 착 감기는 춤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작품은 밥퍼 운동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 목사가 전도사 시절에 수녀 김연수 시인에게 반해 무작정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 러브 스토리로 구성된 1막과 청량리에서 다일공동체를 세워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는 내용인 2막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2막은 최 목사의 사회운동 이야기라 자칫하면 예전 5공 시절 '건전 가요' 같은 분위기가 날 수 있는데도 창녀, 거지대장, 포주, 불량배 등 최 목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갈등을 극적으로 잘 구성했다. 2막이 1막보다 오히려 훨씬 더 재밌다.
보통 뮤지컬에서 합창과 군무는 극의 줄거리를 단적으로 설명해 강조하거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 한바탕 합창과 군무가 끝날 때는 '와'하는 강렬한 느낌을 관객에게 주는데, 이 작품엔 그런 부분이 별로 없다. 특히 최 목사의 모친의 세속적 욕망을 표현하는 군무과 합창에선 극중 흐름과 전혀 상관없는 목사 복장의 앙상블 배우들이 나타나 다소 황당한 느낌마저 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국내에서 뮤지컬은 고급 대중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밥퍼 역시 이런 분위기에 맞춰 대형극장의 화려한 무대에서 녹음된 반주음악 대신 실내악단의 연주를 펼친다. 하지만 작품 내용의 성격 상 무대 규모를 좀 더 줄이는 대신 극적 구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더 큰 재미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연출 박경일·이진숙. 출연 박봉진·강필석(최일도 역), 강성연·유미(김연수 역), 곽은태 왕은숙 권명현 원유석 박선옥 이경준 박정아 우현아 김은혜 등 출연. 공연시간 140분(인터미션 20분). 3만~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