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중국 금융개혁의 영향과 전망

머니투데이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2013.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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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China Story]중국 금융개혁의 영향과 전망


중국의 금융개혁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일 전격 발표된 대출금리 자유화가 그 첫 단추다. 향후 예금금리 자유화와 추가적인 자본자유화도 원래 계획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기대보다 대출금리 자유화가 빨라진 이유는 뭔가. 시장에선 두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그 동안 대출금리 하한규제로 금리가 높게 책정되어 그만큼 기업부담이 커졌다는 점이 하나다.



중국은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금리 하한과 예금금리 상한을 규제하다보니 은행이익은 늘었지만 기업은 금융비용이 늘어났고,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악화현상이 심해졌다. 따라서 대출금리 규제를 풀어 금리를 떨어뜨릴 필요성이 커졌다.

또 6월 말 금리급등과 주가급락을 야기한 그림자금융 (shadow banking)도 금리자유화를 앞당긴 이유로 꼽힌다. 그림자금융이 급팽창한 이유는 금리규제로 인해 제도금융권이 자금수요자와 공급자 (예금자)의 니즈를 잘 매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이 더 커지면 금융통제가 어려워지고 부동산버블, 지방부채 확대로 금융위기 위험이 커지는 만큼, 금리자유화를 서둘러 은행 등의 자금수급매치기능을 높여야 함이 당연한 셈이다.



그럼 대출금리 자유화로 시장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기업 조달금리가 떨어져 기업 재무상태가 개선되고 경기 부양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대출의 대부분이 대출기준금리 이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금리하락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중국의 5대 은행 모두 국유은행인 만큼 내심 불만이 있어도 결국 정책의지를 반영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소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기업고객 확대를 위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또 금리가 떨어지면 주식시장 유동성이 늘어나므로 주가에 긍정적이다. 물론 대출금리가 하락되면 은행주는 예대마진축소로 가격하락압력이 생긴다. 하지만 일반 제조업주는 금융비용 감소로 호재다. 보통 제조업주식의 PER가 은행주보다 약 2.5배 높으므로 그만큼 주가상승효과도 크다. 특히 그 동안 대출에 애로가 많았던 중소형주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대출금리 자유화는 그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본격적 금융개혁이라 할 수 있는 예금금리 자유화의 사전포석이라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중국정부는 원래 2017년까지 대출 및 예금금리자유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에 점진적 자유화단계 없이 대출금리를 완전 자유화해버렸다. 중국당국의 금융개혁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예금금리 자유화는 인민은행 고위관계자 말마따나 금융시스템에 위험을 줄 수도 있으므로 시간이 필요하며, 은행자본확충, 예금자보호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고강도 개혁의지를 감안하면 예금금리 자유화도 계획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예금금리까지 다 자유화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좋게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그림자금융의 과도한 성장을 억제할 수 있고, 예금금리가 높아져 개인소득과 소비증가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한바탕 회오리 가능성도 있다. 우선 은행업계는 경쟁격화로 우량은행 중심으로 재편되고, 경쟁력 없는 은행은 구조조정 또는 M&A압력이 커질 것이다. 또 중국의 5대은행이 모두 핵심 국유기업인 점, 대차대조표상 은행의 자산부채가 기업의 자산부채와 역으로 연결된 점을 고려하면 사태진전에 따라선 금융개혁이 국유기업개혁 내지 기업구조조정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개혁에 있어 금리자유화와 자본자유화는 일종의 쌍두마차다. 중국은 리먼사태 이후 15개국과의 통화스와프체결, 중국내 위안화 무역결제지역의 확대, 위안화의 1일 변동폭 확대 (0.5-> 1.0%) 및 결제간소화 등 위안화의 국제화에 발 빠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만큼 추가적인 자본자유화여건을 성숙시켜온 셈이다. 작년에 마련된 자본시장개방안은 향후 10년간 3단계에 걸친 대내외 자본자유화 청사진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주식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중국의 대내개방에 있어 지난 7월 12일 중국 증감위(CSRC)가 발표한 외국인 적격투자자의 투자한도확대는 각별히 눈길을 끈다. 투자한도를 종전 8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이는 1년 이상 거의 정지돼 있던 중국의 기업공개(IPO)가 대대적으로 재개될 경우 외국인들의 대규모 투자참여를 유도해서 기업공개를 성공시키고 증시도 안정시키려는 정책목표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향후 예금대출경쟁으로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는 은행들의 자본 확충이나 기업들이 구조조정 또는 M&A로 부실을 처리할 때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또 중국기업들의 대외투자도 확대시킬 전망인데, 이는 외환보유액 중심의 운용으론 투자수익률이 3%내외로 너무 낮아 개선이 필요한데다, 기업들의 원자재 획득, 해외우량기업 인수를 돕기 위해서다. 또한 위안화 절상압력이 커지면 이를 조절하겠다는 복안도 깔고 있다.

중국의 금리 및 자본자유화 확대는 금융서비스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현안인 은행개혁, 기업구조조정 및 경쟁력 제고, 민영화 확대, 위안화의 국제화 등과 다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중 FTA를 맞아 중국 금융개혁이 중국의 금융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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