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새벽 재래시장을 방문해 시장상인들과 김치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흙 묻은 오이를 씻지 않고 그냥 먹는 등 서민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상대당인 민주당의 여성 부대변인의 일침에 이 후보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여성 부대변인은 이 후보가 씻지 않은 흙오이를 먹은 것에 대해 "진짜 서민들은 오이를 씻어 먹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욕 얻어먹기 좋은 대변인과 부대변인 자리에서 7년을 버티며 민주당의 '입'역할을 해온 여성 재선 의원, 바로 김현미 민주당 의원 얘기다. 당과 정부에서 대언론창구 역할을 해온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거리낌'없는 직설적 발언들은 당시 상대당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기 충분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사진=이기범 기자
김 의원은 전북 정읍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깡촌(?)마을 신태인에서 1남7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연세대로 진학한 그는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그랬듯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학생들 사이에선 여전히 정치를 부정한 것으로 여길 때였다. 특히 시골 어르신들의 정서는 완고했다. 결국 집안의 반대로 시골로 끌려내려 가야했다.
이런 그를 불러낸 것이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하루빨리 독립할 날만을 기다리던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해 평화민주당을 만든 것. 마침 홍보를 담당할 당직자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홍보 파트여서 '정치적인 부담'도 덜했다. 그렇게 그는 대졸 출신 첫 여성 야당 당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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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문서로 정리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니' 하면서 놀랐어요. 홍보는 커녕 문건을 정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죠. 당직자들이 월급을 받게 된 것도 1993년 정도 부터예요. 나보고 '대학교 졸업하고 멀쩡한 여자애가 왜 이런 데 오냐. 여기 오면 시집 못 간다'며 그만 두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김 의원 당시 당보 기자로 일했다. 우연히도 당시 그가 편집국장으로 모셨던 분이 바로 지금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전병헌 의원이고, 그의 후임 기자는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이다.
◇'정권교체'의 꿈을 품다
그후로 그는 27년 째 정치 현장에 있다. 그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고,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는 더 강해졌다. 김 의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우리 정치가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정치가 안 변했다고 말을 하지만 정치만큼 변한 게 없어요. 예전에는 국정조사, 국정감사같은 것도 없었죠. 여당은 정부의 거수기였고, 야당은 반독재 투쟁을 벌이는 게 다였어요. 지금과 같이 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으로 대안을 내놓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김현미 민주당 의웑/사진=이기범 기자
김 의원은 앞으로도 '서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치'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단기적 목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및 복지공약 이행 감시, 그 보다 긴 목표는 정권교체다.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 그런 경제를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그전에 현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주의와 복지 공약가 잘 지켜지는지부터 챙길거예요. "
△전북 정읍 출생 △전주여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참여정부 국내언론비서관 △참여정부 정무2비서관 △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19대 국회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