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 한숨 "3개월 무료임대에도 빈방이…"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07.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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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새 건물 입주 여파… 금융권 지점 통폐합에 강남권도 '공실률' 직격탄

강남대로에 위치한 산학협동재단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강남대로에 위치한 산학협동재단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


"올해초 겨우 공실 없앴다고 안심했는데, 지난해말 리모델링해서 입점한 대형증권사가 갑자기 9월에 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위치한 산학협동재단빌딩 관계자는 갑자기 생긴 공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여름휴가도 못갈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하4층, 지상20층의 산학협동재단빌딩은 층당 전용 462.8㎡(140평)로 연면적 1만6165.92㎡ 규모의 빌딩이다. 3.3㎡당 보증금이 65만원, 월세가 6만5000원, 관리비가 2만8000원으로 임대면적 826.5㎡(250평) 기준 1개층 임대시 보증금 1억6250만원에 임대관리비가 월 2325만원이다. 1년간 1개층 공실이 발생할 경우 2억7900만원의 수입이 날아가는 셈이다.

특히 1, 2층의 경우 보증금과 임대관리비가 다른 층에 비해 비싸 공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진다. A증권사가 입점해 있는 2층의 경우 임대조건은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관리비가 2750만원이다.



이 빌딩 관계자는 "빌딩을 설계할 때부터 천정고를 높게 하는 등 금융기관 입점을 고려해 건축한데다 업무시설 용도로 되어 있어 가급적 금융기관이 입점하기를 바라는데 금융기관에서는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면서 "병원, 커피숍 등에서만 문의가 있는데 이러다 공실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2층뿐만이 아니다. 이 빌딩에 입점해 있던 S사도 이전을 통보했다. 지난 1년동안 단 한건도 수주를 하지 못해 더이상 임대료를 내기 어렵다는 것. 이 컨설팅사는 임대료가 절반 수준인 빌딩으로 이전키로 했다.

그나마 산학협동재단빌딩은 나은 편이다. 공공기관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저렴해서 다른 빌딩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빌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강남대로에서는 임차인을 구하는 플랭카드 등을 걸어놓은 빌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빌딩이었던 대치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솔로몬저축은행 빌딩이었던 대치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
테헤란로 역시 공실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파산한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이 있던 대치빌딩이 대표적이다. 지하6층, 지상19층의 대치빌딩은 2011년 9월에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내셔널 파이낸셜 리얼티(NFR)'에 매각됐고 솔로몬저축은행이 임차해서 쓰다가 지금은 모두 공실로 남아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이 빌딩에서 13개층을 사용했다.

강남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이 많은 도심과 여의도권 등의 공실률이 높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기타권역이나 강남권의 공실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 1분기(1~3월) 각각 평균 22.6%, 21.4%에 달했다. IFC(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연말 완공 예정인 여의도 전경련회관까지 합세할 경우 단기적 공실대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래픽 = 강기영 디자이너그래픽 = 강기영 디자이너
하지만 이들은 연간 2~3개월 무료 임대 조건을 내거는 등 경쟁적으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어 넓고 깨끗한 사무실로 이동하려는 강남 오피스 임차인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종아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신규 오피스로의 수요 이전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형 규모 오피스가 많은 강남이나 서울 기타권역의 임대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운 6.2%인데 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은 지난해말 6.4%에서 7.3%대로 급격히 상승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강남권에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를 운영했던 금융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실률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있는 빌딩. 임차인을 구하는 플래카드를 크게 걸어놨다. /사진= 김유경기자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있는 빌딩. 임차인을 구하는 플래카드를 크게 걸어놨다. /사진= 김유경기자
A증권사 강남대로지점은 산학협동재단빌딩에 리모델링한 지 1년도 안돼 폐쇄된다. 강남대로지점 뿐 아니라 A증권사는 이달내 총 7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중 강남에 위치한 지점이 3개(강남대로·서초중앙·대치중앙지점)로 절반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64개 증권사의 지점수는 1년새 204개(11.17%) 감소했고, 1분기에만 51개가 사라졌다.

은행권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지점수를 줄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이 이달 서울내 점포 3개를 폐쇄하는데 이중 무역센터·압구정현대한양 등 출장소 2곳이 강남권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 14개 점포를 줄였는데 이중 7개 점포(학여울역·대치동센트레빌·센트럴시티·반포가든·개포2동·잠실타운·잠실파크리오)가 강남권에 위치해 있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에 22개 점포를 없애는데 2곳이 강남지역이고, 소매금융을 철수키로 한 HSBC는 강남권 4개 지점(삼성·압구정·서초·방배)을 비롯해 1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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