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에 위치한 산학협동재단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위치한 산학협동재단빌딩 관계자는 갑자기 생긴 공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여름휴가도 못갈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1, 2층의 경우 보증금과 임대관리비가 다른 층에 비해 비싸 공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진다. A증권사가 입점해 있는 2층의 경우 임대조건은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관리비가 2750만원이다.
2층뿐만이 아니다. 이 빌딩에 입점해 있던 S사도 이전을 통보했다. 지난 1년동안 단 한건도 수주를 하지 못해 더이상 임대료를 내기 어렵다는 것. 이 컨설팅사는 임대료가 절반 수준인 빌딩으로 이전키로 했다.
그나마 산학협동재단빌딩은 나은 편이다. 공공기관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저렴해서 다른 빌딩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빌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강남대로에서는 임차인을 구하는 플랭카드 등을 걸어놓은 빌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솔로몬저축은행 빌딩이었던 대치빌딩. /사진 = 김유경기자
강남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이 많은 도심과 여의도권 등의 공실률이 높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기타권역이나 강남권의 공실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 1분기(1~3월) 각각 평균 22.6%, 21.4%에 달했다. IFC(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연말 완공 예정인 여의도 전경련회관까지 합세할 경우 단기적 공실대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래픽 = 강기영 디자이너
이종아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신규 오피스로의 수요 이전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형 규모 오피스가 많은 강남이나 서울 기타권역의 임대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운 6.2%인데 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은 지난해말 6.4%에서 7.3%대로 급격히 상승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강남권에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를 운영했던 금융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실률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있는 빌딩. 임차인을 구하는 플래카드를 크게 걸어놨다. /사진= 김유경기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64개 증권사의 지점수는 1년새 204개(11.17%) 감소했고, 1분기에만 51개가 사라졌다.
은행권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지점수를 줄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이 이달 서울내 점포 3개를 폐쇄하는데 이중 무역센터·압구정현대한양 등 출장소 2곳이 강남권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 14개 점포를 줄였는데 이중 7개 점포(학여울역·대치동센트레빌·센트럴시티·반포가든·개포2동·잠실타운·잠실파크리오)가 강남권에 위치해 있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에 22개 점포를 없애는데 2곳이 강남지역이고, 소매금융을 철수키로 한 HSBC는 강남권 4개 지점(삼성·압구정·서초·방배)을 비롯해 1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