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경색' 심해지나...인민은행 '무대응'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3.06.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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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 유동성 합리적 수준"...신용경색 무대응 방침 재확인
中, 투기근절 방침 반영...단기금융시장 자금난 한동안 지속될 듯

중국 금융시장에서 최근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가뭄이 심해지고 있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 긴축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부터 두드러진 중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한동안 더 지속될 전망이다. 단기자금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의 중소형 은행들의 자금난은 더 커지게 됐다.



인민은행은 24일 웹사이트에 올린 지난 17일자 성명에서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유동성은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금융시장에 변수가 많고 한 해의 중반인 시점이라 상업은행들이 유동성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업은행들이 시장 유동성 상황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전날 논평에서 중국 금융시스템에는 자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자금이 제자리에 없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단기금리가 급등한 것은 투기와 '그림자금융'(섀도뱅킹)이라고 불리는 비은행권의 대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도 같은 날 2분기 회의 끝에 낸 별도의 성명에서 단기금리 급등세에 대한 언급 없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세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은 시사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유동성 관리와 관련해 진부한 수사만 늘어놓은 것은 최근 나타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푸는 데 별로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이날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힌 것은 시중에 대거 풀린 싼 돈(cheap money)을 통한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침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4대 국영은행의 한 고위 관리는 WSJ를 통해 "인민은행이 (신용경색에 대응해)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은 그림자금융이 주도해 만든 신용거품을 빼버리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만 인민은행은 소형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4대 은행들의 대출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은밀한 대책만으로 단기대출 금리를 끌어내리기는 역부족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의 단기금리 지표인 7일물 레포금리는 지난 20일 전날 대비 270bp(1bp=0.01%포인트) 급등한 10.77%까지 올랐다. 2003년 3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였다. 같은 날 하루짜리 금리는 사상 최고인 13.91%까지 치솟았다.

위기감 속에 인민은행이 시중에 500억위안을 공급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7일물 레포금리는 이틀 연속 내려 이날 7.32%를 기록했지만, 소문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상하이의 한 대형은행의 트레이더는 "자금경색에 대한 공포가 누그러지고 있고, 우리도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인민은행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이 이날 시중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신용경색 우려는 더 커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낸 e메일 성명에서 중국에 10년만에 닥친 최악의 신용경색은 대부분의 자금을 은행 간 단기금융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지 소형은행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금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자금조달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달 중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관리상품 규모가 1조5000억위안에 달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내줘야 하는 중국 은행들의 자금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는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루이스 퀴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주간 중국의 은행 간 자금시장의 자금난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유동성 긴축에 나선 것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뒀다는 뜻이라며,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8%에서 7.4%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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