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눈에 中企는 없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3.06.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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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은행권의 중소기업 지원, 성적표는?

대형은행 눈에 中企는 없다


은행권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화두로 내세운 가운데 실제 중소기업 지원 및 차별 실태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18개 은행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대출금리 부과실태를 점검한 결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금리차별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독려하고 있는 동산대출을 외면하는 사례도 많았다.
 
◆ 18개 은행 중 우리·외환 등 6곳만 차별 안해

지난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는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금리를 차별하지 않았던 은행은 전체 18개 은행 가운데 우리·산업·수출입·외환·전북·제주 등 6개 은행에 그쳤다. 반면 KB국민·하나·신한 등을 비롯한 은행 12곳은 신용도나 기여도에 따른 금리차등 외에 불합리하게 금리를 차별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합리한 차별 사례로는 우선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은행이 입을 손실이 대·중소기업간 차이가 없음에도 중소기업에 높은 손실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지적됐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높은 목표이익률을 부과하는 방식 등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이러한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 개선을 위해 '대기업·중소기업간 금리차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달 말까지 차별이 적발된 12개 은행으로부터 대출금리 산출기준에 관한 세부이행계획을 제출 받고, 7월부터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 시 인하된 금리를 적용토록 한다. 또한 만기도래 이전이라도 해당 중소기업에 개별적으로 통보해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용토록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안에 따라 전체 중소기업 320만곳 가운데 15만793곳(4.7%)의 담보대출(53조8614억원)금리가 평균 0.26%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중소기업 차별 사례 가운데 중소기업에 높은 손실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특히 악영향이 큰데 대형은행들도 이런 사례로 적발돼 안타깝다"며 "향후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는지 수시로 현장점검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동산대출… SC 등 외국계 은행 '뒷짐'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 주문한 동산(動産)대출 확대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는 14개 시중은행의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31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은행권 동산담보 대출 취급 목표치인 1조8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은행별로 동산담보 취급실적이 14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양호한 곳은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으로 각각 936억원과 790억원이다. 이어 우리은행이 542억원, 하나은행이 530억원으로 집계됐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27억원과 425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외국계 은행들은 동산담보대출을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 13억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10억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동산대출의 경우 담보가치 유지가 어렵고 대출평가기준이 모호해 대출을 무조건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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