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부자들, 한국 은행에 돈 맡기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선전(중국)=변휘 기자 2013.06.0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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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코리아 2013:④-1]'따뜻한 금융' 고객감동, '中企지원·사회공헌·고용창출'로 현지화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기획해 온 ‘금융강국 코리아’는 2013년 화두로 ‘따뜻한 금융’을 제안합니다. ‘따뜻한 금융’은 한국 금융이 아시아 시장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중요한 차별화 전략입니다. 한국은 ‘따뜻한 금융’의 글로벌 논의를 주도해 왔고 노하우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금융’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장을 찾아 금융한류 확산의 방법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우리은행 선전분행 모습 / 변휘기자우리은행 선전분행 모습 / 변휘기자


중국 선전시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허브 도시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해 12월 7일 취임 후 첫 시찰지로 선전시를 방문했다. 특히 그가 방문한 선전시 치엔하이는 중국 정부가 자본 대외개방 정책의 시범무대로 지정, 오는 2020년까지 '국제금융허브'로의 성장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처럼 선전은 중국의 경제특구인 동시에 경제중심지로서 글로벌 금융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함께 경쟁에 뛰어든 한국 은행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따뜻한 금융'을 바탕으로 한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은행 선전분행 강성모 분행장은 한국계 은행들의 강점으로 높은 '신뢰도'를 꼽는다. 그는 "현재 보유한 기업고객 중 한국계와 중국계의 비율이 약 6대 4 정도다. 영업 초기에는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계 기업과의 거래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은행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선입견을 넘은 것은 높은 서비스와 신뢰도"라며 "중국계 은행들은 기업 규모가 작거나 하면 거의 금융지원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중국계 은행들은 대기업 또는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를 제외하면 여신 거래를 꺼려하거나, 중소기업들과 거래가 이뤄져도 여신기간 등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선전분행 강성모 분행장(사진 가운데)가 기업고객과 상담 중인 모습. 강 분행장은 "영업 초기에는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계 기업과의 거래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 변휘 기자<br>
우리은행 선전분행 강성모 분행장(사진 가운데)가 기업고객과 상담 중인 모습. 강 분행장은 "영업 초기에는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계 기업과의 거래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 변휘 기자
강 분행장은 "한국계 기업들은 우리은행이 국내 모기업의 정보를 파악해 여신을 탄력적으로 집행해주니 좋아하고, 중국계 기업들 역시 우리은행과 한 번 거래를 해 보면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며 "중소·중견기업들 사이에서는 한국계 은행들의 평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고객과의 거래는 은행들의 치밀한 리스크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은 국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은행들의 선진적인 리스크 분석 기법과 현지 업계와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등이 현지 중소·중견기업들까지 영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발판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한은행 선전분행 역시 중국계 은행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에 영업의 중점을 두고 있다.

류국현 분행장은 "기업이 먼저 와서 거래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시대가 아니다. 은행이 먼저 기업고객들을 찾으러 가야 한다"며 "중국계 은행에 비해 조달 금리 등은 열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리 외의 부가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월급통장 및 체크카드의 각종 수수료 혜택 등이 대표적인 고객친화 서비스다.

류국현 신한은행 선전분행장은 "은행의 영업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점진적으로 현지화 및 중국 현지인들에 대한 마케팅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변휘기자류국현 신한은행 선전분행장은 "은행의 영업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점진적으로 현지화 및 중국 현지인들에 대한 마케팅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변휘기자
이와 함께 신한은행 선전분행은 비교적 짧은 영업기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교민들의 '사랑방'을 자처하고 나섰다.
영업점 내부의 많은 공간을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인터넷룸 등으로 꾸며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또 개점식 당시에도 행사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그 비용을 현지의 한인학교 및 한글학교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류 분행장은 "은행의 영업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점진적으로 현지화 및 중국 현지인들에 대한 마케팅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은행들의 적극적인 현지인 고용 역시 일자리 창출과 현지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중국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6월 설립한 선전 푸티엔지행을 현지화 점포로 삼고, 점포장을 포함한 전 직원을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이는 그 동안 '한국인 관리자-중국인 직원' 구도의 한국계 은행 점포의 틀을 벗어던진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으며 6년이 지나는 동안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지인 특화점포는 중국 기업 및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성과 측면에서도 다른 지행에 비해 성과가 높다. 개점 초기에는 한국계 은행의 영업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인 관리자와, 마찬가지로 중국 은행 출신 지행장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본부 사이에 마찰도 빚었지만 현재는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현지 한국교민들의 '사랑방'을 자처하고 나섰다. 영업점 내부인터넷룸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 변휘기자신한은행 현지 한국교민들의 '사랑방'을 자처하고 나섰다. 영업점 내부인터넷룸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 변휘기자
은행 전사 차원의 사회공헌도 중국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최근 쓰촨성 대지진 긴급 구호금으로 100만 위안을 민간구호단체인 '중국푸빈기금회'에 전달했고, 이와 별도로 중국현지법인 240여 명의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대지진 때도 100만 위안을 중국 적십자에 전달한 바 있어, 이 같은 지속적 지원은 중국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현지법인 진출 초기부터 농촌 봉사활동과 이재민 돕기 등의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해 왔고, 현지인을 대거 채용해 전산개발 및 여신심사의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도 각종 봉사활동 및 장학사업 등으로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융업의 해외시장 성공전략으로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와 함께 '현지화'를 꼽는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넘어 현지 기업 및 개인들에 대해 영업이 가능해야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가치 제고가 필수고, 그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회공헌이다.

우리은행 선전분행 김성식 부장은 "점포수 제한 등 중국 금융당국의 각종 영업 규제로 인해 실제 소매 금융을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따뜻한 금융'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 확대가 당국의 규제가 강력한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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