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불황 속 에너지용 강관은 호황, 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06.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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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혁명' 업종별 영향 분석-②철강, 셰일가스 '철강 판도' 바꿔

편집자주 셰일가스가 글로벌 산업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의 진원지로 꼽히는 미국은 셰일가스란 신무기로 '제조업 부활'을 넘어 세계 경제의 패권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 셰일가스가 에너지 시장을 넘어 전세계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도 셰일가스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석유 ·화학 등 연관산업은 물론 조선·철강 등 국내 대표 제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셰일가스가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업종별로 조명한다.

셰일가스 혁명은 국내 대표 제조산업인 철강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업은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와 건설·조선 등 국내 수요산업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예외인 쪽도 있다. 에너지 강재 분야다.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면서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필요한 철강재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셰일가스를 뽑아내고 이를 운송하려면 유정용 강관이나 송유관 등 후육강관이 필요하다. 후육강관은 두께가 20~140㎜인 특수강관으로 세계 강관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에너지용 강관 수요 증가는 수치로 확인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강관부문의 내수수요는 주 수요산업인 건설경기의 침체로 연간 300만 톤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늘면서 수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내수 수요량은 68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으나 수출 수요량은 55만8000톤으로 같은 기간 10%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유정용 강관 수요가 최근 2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 특수로 US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부족한 공급을 메우기 위해 특수강 수입량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강관업체인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이 셰일가스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세아제강은 셰일가스를 옮길 때 쓰는 강관(파이프라인) 수출업체로 국내 강관 시장 점유율 약 15%인 수위 기업이다. 휴스틸은 송유관이나 유정용 파이프로 쓰이는 후육강관을 생산하는 업체다.

철강업계 전반이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세아제강은 올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비수기 여파로 매출액은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405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20%나 증가했다. 고마진 제품인 미국 수출 유정관과 송유관 수출 호조 덕분이다.

휴스틸의 경우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45%씩 줄었지만 주력 시장인 미주지역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휴스틸은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이 중 8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 개발 증가에 따라 국내 강관업체들의 API 제품(유정관, 송유관 등) 수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도 차세대 먹거리이자 미래 성장시장인 '에너지강재' 시장 메이저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270만 톤 수준의 에너지강재 판매량을 2020년까지 800만 톤(점유율 16%)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선 철 생산 과정에서 셰일가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 지고 있다. US스틸은 가스를 사용해 순도 높은 철을 추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의 북미 부문도 셰일가스 활용 설비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셰일가스 활용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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