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NPL '1조원시대'…경매보다 수익 높아 '인기'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5.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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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수록 '호황'인 NPL시장···엔화 약세로 일본계 신세이뱅크도 진출

2006~2012년 연도별 주택NPL(부실채권) 경매 낙찰가 총액 현황./자료제공=부동산태인2006~2012년 연도별 주택NPL(부실채권) 경매 낙찰가 총액 현황./자료제공=부동산태인


최근 주택시장의 장기침체 속에서 아파트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던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이 공급과잉에 따라 수익률이 저하되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그 사이 부동산 투자의 또 다른 대안으로 NPL(부실채권)이 떠오르고 있다.

25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www.taein.co.kr)이 2006년부터 올 5월 22일까지 경매가 진행된 주택NPL(주택 담보부 부실채권) 물건 4만6081개를 연도별로 나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낙찰가 총액이 1조2270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 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NPL 물건의 낙찰가는 △2006년 554억원 △2007년 2027억원 △2008년 2811억원 △2009년 4555억원 △2010년 7084억원 △2011년 9873억원을 기록하는 등 6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다 지난해부터 '1조원' 시대를 연 것이다.

부동산경매로 넘어온 주택NPL 물건도 동반 증가해 2006년 1477건에 불과했던 주택NPL 물건은 △2007년 3305개 △2008년 4656개 △2009년 4289개 △2010년 8634개 △2011년 7775개 △2012년 1만2299개 등으로 조사됐다.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온 NPL시장에 투자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장기불황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소액투자용 토지나 다세대주택, 도심상가, 중소형 단독주택 등이 매물로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다.

NPL(부실채권) 채권 매입 흐름도./그래픽=강기영NPL(부실채권) 채권 매입 흐름도./그래픽=강기영
◇NPL이 뭐길래?…"은행이 담보로 설정해놓은 근저당권 거래"
NPL(Non Performing Loan)은 은행 등 금융권이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대출을 뜻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수익여신'이란 전문용어도 있지만, 통상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때문에 금융사로선 이 NPL을 파는 방법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투자가 이뤄진다.

은행 등 금융권은 채무자에게 대출해주고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에 대비, 담보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데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금융권은 이 저당권을 유통화해서 현금화해야 한다. 이렇게 발생한 부실채권 매물은 국내외 은행 등 금융회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자금을 모은 다음 공개입찰을 통해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한다.


이러한 기업이 자산유동화 회사인 SPC(Special Purpose Company)다. 유암코, 우리F&I, 저축은행 등이 있는데 채권금액이 큰 경우에는 직접관리하고 중소규모의 채권은 수탁관리사가 맡아 유동화한다. 개인이 투자할 경우 경매정보사이트에 매각을 의뢰한 매각담당자나 등기부에 기재된 유동화회사와 협의해 거래할 수 있다.

◇'불황'일수록 '호황'인 NPL시장···일본계 은행도 진출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경기 불황으로 금융회사들의 NPL이 늘고 있다 보니 SPC들은 큰 수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10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국내 NPL 시장엔 최근 엔화 약세 흐름을 타고 일본계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NPL(부실채권)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강기영NPL(부실채권)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강기영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유동화전문회사 업계 1위인 유암코는 지난해 1098억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해 993억원으로 2011년 913억원에서 80억원 가량 늘었다.

업계 2위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인 우리F&I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588억원에 달해 2011년(449억원)에 비해 31%나 증가했다. 순이익도 전년 352억원에서 41% 늘어난 49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엔화 약세로 일본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인 신세이뱅크가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NPL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은행이 하반기에 내놓은 대부분의 NPL을 사들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기업은행이 내놓은 1035억원의 NPL을 사들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계 은행이 앞뒤 재지 않고 NPL 매입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엔화 하락 기조와 NPL 시장 확대를 예측하고 자산을 미리 매입해 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경매보다 수익성 높아 '인기'···올해 NPL시장 4·1대책 영향으로 더 늘 것
경매에서 주택NPL 투자는 근저당권을 사서 경매에서 제3자가 낙찰받을 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경매낙찰가가 채권액보다 낮으면 채권액 전부를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매 직전에 1~2순위 저당권을 사들인 후 직접 해당 주택을 낙찰 받는 방법도 있다. 선순위 저당권을 할인가격에 낙찰받기 때문에 수익성이 경매낙찰가보다 5~10% 정도 높은 게 일반적이다.

최진순 알앤디연구소 대표는 "최근 부동산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NPL 매물 공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통상 NPL이 경매낙찰가보다 10% 이상 싸기 때문에 유통과정만 잘 이해하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값싼 경매부동산을 수월하게 낙찰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올해는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혜택을 담은 4·1부동산종합대책이 시행되고 있어 주택구입 여건이 여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라며 "자연히 NPL을 활용한 주택낙찰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F&I 관계자도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시장 불안정으로 개인대출 부실화가 증가하고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지난해와 동일하게 기업회생채권과 부실PF채권 매각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외국계투자자 중심으로 한 국내 제2금융권도 부실채권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론 치열한 경쟁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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