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경마'(horse race)와 같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5.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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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3>가치투자는 '왕따'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경마장(=주식시장)에 가면 '왕따' 말(=주식)에 베팅하라."

가치투자(value investing)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자민 그래햄(Benjamin Graham)과 데이빗 도드(David Dodd)는 주식시장을 '경마'(horse race)에 비유했다. 경마에서 돈을 벌려면 경마장에 나온 말과 기수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하듯이 주식시장에서도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분석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햄과 도드는 1934년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라는 책을 발간해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엉뚱한 정보에 귀기울이지 말고 회사의 재무제표에 집중해야 된다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개념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가치투자의 개념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왜냐하면, 1930년대초까지만 해도 상장회사는 재무상황을 투자자에게 정확히 정기적으로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식투자자라면 한번쯤은 꼭 들어봤을 ‘펀더멘탈’이란 말도 그래햄과 도드의 가치투자에서 비롯된다. 그래햄과 도드는 회사의 진정한 가치(true value)로 불리는 펀더멘탈을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뛰어난 재무와 회계학적 지식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펀더멘탈을 강조하는 가치투자의 핵심은 시장에서 '왕따'당하는 주식들 가운데 탄탄한 펀더멘탈을 가진 주식을 찾아서 투자해야 '대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진흙속에서 다이아먼드를 찾는 일과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재무와 회계학적 분석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렇다면 재무와 회계학적 지식이 없다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을까?

이에 대해, 행동재무학은 가치투자 개념이 복잡한 재무학 이론을 몰랐던 1920년대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평균회귀’(mean reversion)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평균회귀 전략은 오랫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주식들이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최상의 투자종목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이유는 대체로 투자자들이 부정적 뉴스에 대해 감정적으로 과잉반응(overreact)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일수록 좋은 투자종목이 아닌데, 그 이유는 시장참가자들이 펀더멘탈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무시하는 과소반응(underreact)의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햄과 도드는 비록 재무와 회계학적 지식을 알아야 주식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행동재무학은 펀더멘탈을 중시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바보야, '가치투자=행동재무학적 투자'야'라고 말한다.

결국 ‘탐욕에 휩싸여 있을 때 매도하고 공포가 극에 달할 때 오히려 매수한다.’는 증시격언은 가치투자와 행동재무학 둘다 해당되는 말인 것이다.

한편, 1930년대의 주가폭락은 사람들을 주식시장에서 멀어지게 만들었고 결국 가치투자 개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20여년이 지난 1950년대에 와서야 많은 펀드매니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고, 1992년 유진 파머(Eugene Fama)와 케네스 프렌치(Kenneth French) 교수의 기념비적인 연구("The Cross-Section of Expected Stock Returns")를 통해서 가치투자 개념의 유효성(validity)을 실증적으로 입증받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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