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 첫삽…세계 3번째 보유국 '우뚝'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5.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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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소자·의료·신소재·IT 등 활용 분야 다양

▲4세대 가속기 조감도[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4세대 가속기 조감도[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우리나라 첨단 과학기술계 날개를 달아줄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드디어 착공에 들어간다. 계획대로 오는 2014년 완공되면 미국(2008년)과 일본(2010)에 이어 세계 3번째 4세대 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포스텍은 9일 오전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신축 부지에서 이상목 미래부 차관,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시중 전(前) 과학기술처장관, 박승호 포항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공식을 열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른바 현미경의 정확도를 지닌 '초고속 카메라'에 비유된다. 만일 관찰할 대상이 물(H2O)이라고 가정하면, 수소(H) 2개와 산소(O) 1개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물이 되는 미세한 구조변화 과정을 동영상처럼 촬영해서 볼 수 있다. 즉, 전자나 빛의 속도를 이용해 원소의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포착해 관찰·연구 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춘 대형연구시설인 것.

고인수 4세대방사광가속기구축 추진 단장은 4세대 가속기에 대해 "석유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를 수소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로 완전히 뒤바꿔 놓는 전기를 마련할 정도의 혁신적인 연구기기"라고 설명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 방사광의 100억 배에 달하는 강한 빛(펄스폭 1000배)을 내 살아있는 세포 등 다양한 물질의 동적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3세대의 경우, 결정(시료)이 가능한 물질 중 일부만 분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관찰할 대상이 단백질일 경우 약 20%만 결정화 가능하므로 그만큼 연구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4세대의 경우 비결정화된 물질까지 분석할 수 있어 연구대상 폭이 크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또 4세대는 물질을 분석한 결과를 나노급 해상도의 3차원(D) 입체영상자료로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입체구조 분석까지 가능하다. 3세대 가속기의 정적인 분석 한계를 뛰어 넘은 것이다.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주요특성 비교[자료=미래창조과학부]▲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주요특성 비교[자료=미래창조과학부]
이 같은 이점으로 4세대는 신물질·신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T·반도체소자산업, 신약 및 의료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4세대 가속기 구축사업은 총사업비 4260억원(국고 4000억원, 지자체 260억원) 예산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2011년 4월부터 추진되고 있다. 다만, 포스텍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비로 확보된 1700억원 이외 추가사업비가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을 경우 완공일은 2015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4세대 가속기는 전 세대 가속기 인근에 부지면적 10만2700제곱미터(3만1100평), 건물연면적 3만6720제곱미터(1만1108평) 규모로 지어지며, 0.1나노미터(nm)급 방사광파장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10GeV)시설과 빔라인(실험장치) 3기가 들어서게 된다.

4세대 선형가속기(780m)가 설치될 건물의 길이는 총 1110미터(m)로 지하실은 없고 지상만 있는 단층형 건물이다. 고인수 단장은 "4세대 가속기가 완공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단층 건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세대는 3세대 가속기에 근접한 동일부지 근방에 세워진다. 이는 연구시너지 제고와 더불어 전기나 수도 등 연구에 필요한 기반인프라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시설 및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지난해 9월부터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벌목공사 및 부지 저지공사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이곳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세워진다[사진=류준영] ▲포스텍은 지난해 9월부터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벌목공사 및 부지 저지공사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이곳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세워진다[사진=류준영]
4세대 가속기 구축사업엔 현재까지 130여개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고단장은 "4세대 가속기에 들어갈 전자빔·광자빔시스템은 현재 국내외 산업체 발주를 통해 제작중"이라며 "특히 선형가속기 핵심장치인 모듈레이터, 에너지 배가장치 등의 핵심부품은 국내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작,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텍에 따르면 기존 3세대 가속기는 30개 빔라인을 40개로 늘리는 등 앞으로 10년간 연구개발설비 증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기공식에서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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