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TX號 선장 강덕수 운명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05.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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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 전체 사실상 채권단 관리체제...대주주지위 상실·경영권보장 가능성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STX 제공.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STX 제공.


STX (5,300원 ▼80 -1.49%)그룹 전체가 사실상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덕수 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전례를 고려하면 강 회장의 대주주 지위 상실은 자명한 상황이다. 다만, 성공적 구조조정을 위해선 그룹 오너나 기존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필요한 만큼 채권단이 강 회장의 '경영권'은 보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3일 채권단과 STX그룹 등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주), STX엔진, STX중공업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강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사실상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강 회장은 현재 개인 및 본인 소유 특수관계사인 포스텍이 보유 중인 그룹 지주사 ㈜STX의 지분(32.96%)을 통해 그룹 전반을 거느리고 있다. ㈜STX는 주요 계열사인 STX조선해양(30.58%)과 STX팬오션(27.36%), STX엔진(33.55%), STX에너지(43.15%) 등의 모회사다.



강 회장의 보유 지분율은 그러나 다음 달 초 채권단 실사 결과가 나오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본잠식 규모에 따라 감자와 출자전환(채권단 보유 대출채권 등을 자본금으로 바꾸는 것)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 결과에 따라 투입되는 채권단 지원 규모에 맞춰 대주주에 대한 패널티나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는 뜻이다.

강 회장이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경영권은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 회장은 이미 채권단에 STX조선해양 관련 지분 권리 포기 각서를 제출하고 경영권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그룹 회생에만 전념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팬택 박병엽 부회장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처럼 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아 회생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류희경 산업은행 부행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무조건적으로 오너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필요하다면 기존 오너의 도움을 받아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더라도 대주주 복귀 등 '재기'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TX는 비조선 계열사를 모두 팔고, STX조선해양 등 조선 부문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선 조선업황 회복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지만 조선산업은 여전히 장기 침체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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