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는 어린 여자를 못 이긴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13.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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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멘토다]27. 감성 멜로 '새 구두를 사야해'

예쁜 여자는 어린 여자를 못 이긴다?


# 웃자는 농담인데도 묘하게 공감을 얻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다. '똑똑한 여자는 예쁜 여자를 못 이기고, 예쁜 여자는 어린 여자를 못 이긴다' 같은 농담이 딱 그렇다. 30대 여성 몇몇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 한다. 정말로 맞는 이야기란 거다.

그러고 보면 연예인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능력 있는 30대 중·후반~40대 초반 미혼남들이 띠 동갑이나 그 이상을 넘어서는 어린(?) 여자들과 결혼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능력남들이 모두 '도둑 심보'라서 그런 걸까. 과연 어린 여자들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걸까.



주변 능력남들의 말과 이런 저런 책에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어린 여자들의 매력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남자는 자기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는 데서 존재감을 느끼는 데, 어린 여자들은 잘해주면 진심으로 좋아하므로 남자들도 함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반면, 사회생활에 이력이 난 여자들은 사귀는 남자를 주변과 자주 비교한다. 또 맛있는 식당에 함께 가더라도 '분위기는 몇 점, 맛은 몇 점, 서비스는 몇 점'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해대니 남자로선 영 기분이 안 날 수밖에 없다.



실제 삼십대 중반에 20대 초반 직장 동료와 결혼한 벤처기업 간부로 일하는 한 대학 후배는 자신의 연애 시절 경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바빠서 얼굴만 잠깐 보려고 회사 앞에서 어묵이랑 떡볶이를 함께 나눠 먹는데,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가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하더라고요. 고작 어묵 하나로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서 저까지 행복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 어린 여자는 진정 연애의 최강자란 말인가.

# 영화 '새 구두를 사야 해'는 오랜만에 보는 일본의 감성 멜로다. 일상에 지친 젊은 사진작가 센(무카이 오사무)이 파리로 3일간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만난 프리랜서 잡지 에디터인 아오이를 만나 추억을 쌓고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1999년 '러브레터'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와이 슌지가 제작하고 '멜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드라마 작가인 키타가와 에리코가 감독했다. 아오이 역은 '러브레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가 맡았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44살인 그녀는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영화 속에서 변치 않는 매력을 자랑한다.


영화는 젊은 사진작가 센(이 배우의 실제 나이는 32살)이 어떻게 아이를 잃은 중년 여인 아오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를 멋진 파리의 풍광과 함께 어우러지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통해 보여준다.

둘은 함께 요리도 함께 하고, 와인도 마시고, 피아노도 치면서 서로의 지난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오이는 바람둥이 남자에게 속아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아이까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그 배신과 아픔을 딛고선 자리에는 비록 외롭지만 성숙하고 편안한 감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오이의 그런 매력에 기계적인 삶에 지쳐있던 센은 편안한 휴식을 얻는다.

영화의 한 장면./사진=영화 홈페이지영화의 한 장면./사진=영화 홈페이지
# 첫 끌림은 보통 육체적 매력에서 시작되지만, 사랑의 완성은 결국 정신적인 매력에 달려 있다. 특히 남자들은 여자에게 어머니와 같은 편안한 안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항상' 예쁘고 어린 여자만 좋아한다는 여자들의 생각이 '늘' 맞지는 않다. 혹자는 이런 말이 솔직하지 않다고 비난한다. 앞 문장을 잘 살펴보시라. 항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고, 늘 옳은 건 아니라고 했다. 사랑에서 절대적인 건 없다. 사랑의 유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예쁘지 않다고, 나이 많다고 해서 절대 기 죽을 일이 아니다. 파이팅~.

조금 긴 뱀꼬리 하나. 이 영화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생각할 꺼리 하나를 던져준다. 영화 속에서 센의 여동생인 스즈메는 화가의 꿈을 쫓아 파리에 온 남자친구 칸고에게 "같이 있자"며 일본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칸고는 화가로서 자신의 목표가 더 소중하기에 스즈메를 포기한다. 그러나 칸고는 화가로 성공한다 해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물질의 총량이 아니라 지속성에 더 무게를 둔다.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더 크게 성공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더 오랫동안 자신에게 잘 해주느냐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배신의 아픔을 겪은 아오이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에펠탑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센은 "나도 아오이씨의 에펠탑이 되고 싶은데"라고 말한다. 센은 여자들의 마음을 아는 남자다.

물론 삶의 중심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사랑의 관점에서만 보면 성공해야 사랑이 찾아올 거란 남자들의 통상적인 생각은 착각이다. 젊은 청춘들이여, 취직이 힘들고 집 사기 어렵다고 해서 결코 사랑까지 포기하지는 말자. 한 번 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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