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얼어붙은 투심에 봄 올까

유병철 기자 2013.05.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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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해외리스크, 내년 돼야 풀릴 듯… 4·1대책도 중소형종목만 호재

건설주, 얼어붙은 투심에 봄 올까


벚꽃축제도 끝나고 5월이 왔건만 얼어붙은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건설업종지수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158.10을 기록했던 건설업종지수(코스피)는 지난달 30일 128.73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건설사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코스닥 건설업종지수는 지난 4월19일 68.24를 기록한 뒤 꾸준한 반등세를 나타내며 30일 71.31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 건설업종, 왜 떨어지나

건설업종에 대해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GS건설 (16,480원 ▲840 +5.37%) 사태와 삼성엔지니어링 (26,450원 ▼100 -0.38%) 어닝쇼크가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지난달 10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3.49% 감소한 1조823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5354억원이고, 당기순손실은 386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어 16일 삼성엔지니어링도 1분기 매출액 2조5159억원, 영업손실 2198억원, 순손실 18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5% 감소했으며,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4~5년 전부터 러시를 이뤘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진출이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된 것은 저가수주경쟁으로 인해 원가관리가 잘 안 됐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발길을 돌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헤맸던 대형건설사들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발표함으로서 "해외로 나가도 안 된다"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심어준 것이다.


어닝쇼크 수준이 아니라 어닝패닉 수준의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며 GS건설의 경우 증권가에서 목표가가 현주가보다 낮은, 사실상의 '매도'견해가 쏟아졌고 "신뢰를 배신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들이 쏟아졌다.

문제가 커지다보니 타 회사들이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지난달 30일 실적발표가 예정됐던 대림산업은 그 이전인 지난달 17일 갑자기 실적을 발표했다.

장명호 두산중공업 (16,800원 ▲10 +0.06%) 부사장은 17일 재무최고책임자(CFO) 레터에서 "두산중공업은 핵심 기자재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자재업체로서 수익성이 확실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면서 "두산중공업은 '저가(低價) 수주 부메랑' 등 시장에서 우려하는 상황과는 무관하며, 앞으로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 투자,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

증권가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남들 다 가는 길을 가지 마라." 그렇다면 투자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건설업종에 대해 투자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조차 지금은 건설업에 대한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한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실적 가시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형건설업체들의 실적 차별화를 단순히 같은 시장상황에서 '한쪽은 좋고 다른 쪽은 나쁘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해외부문의 수익성 둔화는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대형프로젝트가 대부분 종료되는 오는 2014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에 대한 의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들이 신뢰회복을 위해 다시 레코드를 쌓아야 하는 국면인데, 문제시된 사업장들의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기는 2014년 상반기다. 따라서 해외 수주환경이 올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프로젝트의 매출 비중이 올라오는 시기는 2014년 하반기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그는 "보여준 부분만 믿어야 한다"면서 현재까지 실적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회사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투자를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업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 구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1분기 실적에서 차별화를 보여준 업체에서 실적회복 국면이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전체 건설업체 중 가장 안정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대림산업이며, 현대건설의 경우 이익의 안정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은 2분기 이후 철광석 및 석유화학 제품가격 동향에 따른 상사부문의 실적 안정화와 삼성전자 17라인 재개 여부에 따라 실적 가시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산업 (8,770원 ▼40 -0.45%)의 경우 수원 3차 자체사업과 주상복합 착공 일정에 따라 실적 가시성과 모멘텀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 대책, 건설사에 희망되나

지난 4월1일 발표된 부동산종합대책은 4월 한달간 차분히 진행됐다. 지난달 19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서 양도소득세 면제기준이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양도소득세 면제기준이 당초 정부안에 비해 실수요자 및 소형주택 위주로 확정됨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 애널리스트는 "특히 신규·미분양시장에서 중대형아파트가 수혜대상에서 멀어짐에 따라 4·1 대책이 건설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기대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대책 시행으로 인한 건설업체 수혜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라며 "기본적으로 4·1 대책이 2차시장(거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책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주택 가격하락 리스크가 남아있어 건설사보다는 중소형아파트를 구입하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사업성이 낮은 주택사업에 리스크가 많이 남아 있는 중소형건설주에 접근하는 것보다는 해외건설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 건설주 가운데 대림산업 (53,400원 ▲100 +0.19%), 태영건설 (2,310원 ▲10 +0.43%), 현대건설 (35,450원 ▲50 +0.14%),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적합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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