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 놓고 남북 '기싸움'…입주기업 '발 동동'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3.04.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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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철수 권고해도 듣지 않겠다" 강조

26일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 제안을 거절하고 "남측 인원이 걱정된다면 전원 철수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전날 발표한대로 북한의 대화 거절에 따른 중대조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북한경제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언급한 중대 조치가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입주기업 인원의 철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5일 통일부는 북한에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제안하며 이날 오전까지 회신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또 이를 거부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철수를 놓고 남북한 당국 간 기 싸움이 벌어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양 쪽 다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날 개성공단 정상화와 조업 중단에 따른 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제4회 개성공단포럼'에선 우선 우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실무회담 제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상만 개성공단포럼 대표는 "어제 정부가 입주기업들과 상의하지 않고 북한에 회담을 제안해서 입주기업들은 분노가 일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을 말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농림부 장관인 김성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는 "어제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안은 중대한 실수"라며 "답변 시한을 24시간도 주지 않고 답 없으면 중대조치 취하겠다는 건 북한 체제를 아는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어제와 같은 긴급 제안을 하려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123개 입주기업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어야 한다"며 "오늘 우리 정부가 어떤 발표를 할지 모르겠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가는 게 아닌가 불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수 현대아상 상무는 "2~3일 전까지 상황이 개선되는 느낌이 들었고 이번주 지나면서 북한에서도 상황이 좀 개선되는 신호가 나올 줄 알았다"며 "그런데 어제 갑자기 실무회담 제안을 하면서 꼬여가는 느낌이 들었고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우리 정부가 오늘 오전까지 답을 달라고 한 것도 시간이 촉박했고 입장이 강경했다"며 "북한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대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잔류 인원 철수를 권고해도 듣지 않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가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길 요청했다.

개성공단에 간식을 제공하는 업체인 개성의 이임동 대표이사는 "어제 정부 발표 이후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며 "어제 개성공단기업협회를 가보니 다들 멘붕에 빠져있었다"고 입을 뗐다.

이 대표는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 끝"이라며 "남한 정부든 북한 정부든 개성공단에서 나오라고 해도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에서 제발 철수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입주기업 대표인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남북한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투자하면서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겪고 인내를 해왔다"며 "10년 전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던 남북한 직원들이 이제는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는 단계까지 발전했는데 지금 사태로 그동안 노력의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북한경제전문가인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사태 해결은 우선 민간 채널을 가동해 분위기를 풀어놓은 뒤 당국이 만나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면 기숙사나 2단계 착공 문제 등을 먼저 꺼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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