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스크·엔저… 외인, 일단 짐 챙긴다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3.04.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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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센터장 긴급진단]당분간 추가하락 대비… 일부 "매수시점 가까워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심상치 않다.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3일째 동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매도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의 공격적인 양화완화에 따른 엔화 추가 약세 전망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인, 3일새 1조원 매도..선물도 '팔자'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22포인트(1.64%) 하락한 1927.23으로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192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672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3일째 순매도로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3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공격적인 순매도를 이어오다 최근 소폭 이나마 순매수를 보이는 등 매도 강도가 잦아드는 듯 했으나 다시 '팔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진다. 이날 350계약 순매도로 5일째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전날에는 9992계약, 금액으로 1조285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매도 규모를 키워나갔다.


외국인들은 3월 동시만기일 이후 현재까지 약 1만7000계약 가량의 누적 매도 포지션을 쌓아놓고 있다. 특히 미결제 약정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매도 포지션 청산 뿐 아니라 신규 매도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위협에 '엔저' 다시 시동..외인 '위험관리'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북한의 공격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엔화약세로 인한 펀더멘턴 우려가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이 '위험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물시장에서의 비중 축소 뿐 아니라 선물 매도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아주 떠나지는 않더라도 향후 지수 추가하락에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북한이 미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이날 동해안으로 중거리 미사일 2기를 이동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북한 관련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오늘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에 추가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전날 일본은행(BOJ)이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부임 후 처음으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고 매입 채권 만기를 확대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3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97엔대를 돌파하는 등 최근 주춤하던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외국인 순매도가 현대차 (244,000원 ▼3,000 -1.21%)에 집중되는 등 엔화약세가 외국인 매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 강도로 볼 때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으로 한국 증시 수익에 대한 의문성이 커진 가운데 북한 관련 뉴스가 이어지고 여기에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시장의 눌림목으로 작용했던 엔화약세가 다시 부각되고 있고 대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북한 문제가 일시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반해 엔화 약세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증시에 오랫동안 이 문제로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외국인들의 매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시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그에 따라 추세를 잡으면 매매 기조가 오랜기간 이어지긴 하는데 아직 이같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며 "최근 부동산 대책 등 부양책이 발표된데 이어 다음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구체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다시 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매는 밸류에이션 및 환차익 매력이 있는지, 또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며 "다음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금리결정, 추경안 마련 등이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매와 관련해 지켜봐야 할 변수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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