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9시 별빛아래,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은 시작되고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교수 2013.03.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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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축제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구노의 오페라 을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 송원진↑구노의 오페라 을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 송원진


↑로미오와 줄리엣 티켓. ⓒ사진= 송원진↑로미오와 줄리엣 티켓. ⓒ사진= 송원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베로나에 간 이유는 유명한 베로나 오페라 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많은 오페라 공연이 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안 볼 수 있을까?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무리를 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후다닥 아레나로 달려갔다. 밤 9시에 시작하는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작까지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밤9시 별빛아래 펼쳐지는 웅장한 야외 오페라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 오페라 시작이 2시간이 남았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앉아있는 관중들. ⓒ사진=송원진↑ 오페라 시작이 2시간이 남았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앉아있는 관중들. ⓒ사진=송원진
자, 어느 자리를 골라볼까? 다음날 볼 오페라 <아이다>는 100유로 정도의 좋은 자리를 구입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일 먼 자리에 앉아서 보고 싶었다.

현장에서 바로 구매했는데 티켓을 파는 젊은 오빠(?)가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학생의 경우 만 24세까지는 17유로의 티켓을 15유로에 구입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0살이나 어리게 본 건 좋았지만 그래도 속일 수 없는 것이 나이인지라 그냥 17유로를 다 주고 구입했다.

17유로의 자리는 무대의 사이드에 위치한 돌계단이었고 무대를 바라보는 정중앙의 돌계단의 가격은 19유로이다.


이 자리들은 특별히 지정된 좌석이 아니기 때문에 일찍 가서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오페라 시작 2시간 전에 들어갔는데도 벌써 앞좌석부터 빼곡히 관객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돌 의자에 깔 수 있는 방석이나 타올을 준비해왔고 많은 사람들은 음식까지도 가지고 왔다.



↑ 매 공연마다 공연 시작 시간을 알려주는 징을 쳐주시는 분. ⓒ사진=송원진↑ 매 공연마다 공연 시작 시간을 알려주는 징을 쳐주시는 분. ⓒ사진=송원진
↑여자 아이가 초를 들고 햇빛을 막고 있다. ⓒ사진=송원진↑여자 아이가 초를 들고 햇빛을 막고 있다. ⓒ사진=송원진
2시간 정도 전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동안 가져간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무대를 보니 어떤 사람이 큰 징 같은 것을 들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뭐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징을 치기 시작했다. 댕~ 댕~ 댕~ 그러고는 다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공연 시작시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 또 다시 사람들이 술렁였다. 어디선가 진행 스태프들이 큰 봉투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초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 초는 전통에 따라 공연 시작 전에 지휘자와 공연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촛불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 정말 신기한 구노 오페라 의 무대. ⓒ사진=송원진↑ 정말 신기한 구노 오페라 의 무대. ⓒ사진=송원진
↑황금색 종(?)같은 것을 타고 있는 사람은 캐퓰렛 가문 줄리엣의 아버지. ⓒ사진=송원진↑황금색 종(?)같은 것을 타고 있는 사람은 캐퓰렛 가문 줄리엣의 아버지. ⓒ사진=송원진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이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서곡이 연주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의 무대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와~ 이건 뭐지?’ 내가 상상했던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셰익스피어의 무대 모습이 아니었다. 웅장하고 광활한 무대 어디선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총을 가지고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영화 못지않은 현대적 무대였다.



↑파란 탑 위에 줄리엣이 서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잘 안 보이지만. ⓒ사진=송원진↑파란 탑 위에 줄리엣이 서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잘 안 보이지만. ⓒ사진=송원진
밤9시 별빛아래,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은 시작되고
↑세상에, 무대가 얼마나 크면 합창단에 대형 구조물에 자동차까지 다 들어갔는데도 무대가 남아 돌까 ⓒ사진=송원진↑세상에, 무대가 얼마나 크면 합창단에 대형 구조물에 자동차까지 다 들어갔는데도 무대가 남아 돌까 ⓒ사진=송원진
↑ 무대 뒤 작은 불빛은 마치 하늘에 별을 놓은 거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 사진=송원진↑ 무대 뒤 작은 불빛은 마치 하늘에 별을 놓은 거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 사진=송원진
설마설마 했는데 자동차까지 등장했다. 노란색 의상의 몬태규 집안의 배경에 넣으니 더더욱 멋진 무대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쉽게도 혼자 왔기에 조금은 무섭고 피곤한 하루여서 일찍 숙소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오페라를 마지막까지 보지 못해 너무 섭섭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이 무대를 통해 다음날 볼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더욱 더 기다려졌다.



☞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나눔콘서트 4월21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밤9시 별빛아래,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은 시작되고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4월 공연은 21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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