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사랑의 도시에서 줄리엣을 만나다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교수 2013.03.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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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 이탈리아 베로나 (1)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 이 2개의 아치를 넘어가면셰익스피어의 비극 의 도시인 이탈리아 베로나가 나온다. ⓒ 사진=송원진↑ 이 2개의 아치를 넘어가면셰익스피어의 비극 의 도시인 이탈리아 베로나가 나온다. ⓒ 사진=송원진


↑ 눈부신 푸른하늘아래 펼쳐진 베로나의 브레광장. 한폭의 그림같다. ⓒ 사진=송원진↑ 눈부신 푸른하늘아래 펼쳐진 베로나의 브레광장. 한폭의 그림같다. ⓒ 사진=송원진
↑베로나를 따라 굽이쳐 흐르는 아디제(Adige)강. ⓒ 사진=송원진↑베로나를 따라 굽이쳐 흐르는 아디제(Adige)강. ⓒ 사진=송원진
↑ 아디제 강가에 있는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있는 언덕. ⓒ 사진=송원진↑ 아디제 강가에 있는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있는 언덕. ⓒ 사진=송원진
동그란 두개의 아치를 넘어 다른 쪽에 들어서면 그들의 도시가 펼쳐진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 베로나이다.

파란 하늘 아래 총총히 이탈리아의 특색이 담겨 있는 집들이 서있었다. 7월 초의 하늘은 예쁜 구름바다까지 선물로 주었다. 베로나는 이탈리아의 많은 소도시처럼 아주 작은 도시이다. 그래서 몇 시간만 걸어서도 충분히 베로나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아디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 제방을 쌓고 그 뒷편 언덕에 세운 로마 원형극장도 볼 수 있다. 그 언덕 아래는 로마시대 원형극장 유적이 남아있다.

↑ 베로나에 있는 역사적 성당 중 하나인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 외관. ⓒ 사진=송원진↑ 베로나에 있는 역사적 성당 중 하나인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 외관. ⓒ 사진=송원진
↑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의 화려한 내부. ⓒ 사진=송원진↑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의 화려한 내부. ⓒ 사진=송원진
조금 더 걸었더니 아름다운 성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베로나 시에는 4개의 역사적 성당이 있다. 그중 하나인 아나스타시아 성당 (Basilica di Santa Anastasia)이 보인다. 외관이 별로 화려하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그 안에 숨겨진 속살을 보았을 땐 깜짝 놀랐다. 이렇게도 화려하고 아름다울수가!! 거기다 왠지 따스함까지 느껴지는 곳이었다.



아나스타시아 성당 바로 근처엔 역사적 성당 중 다른 하나인 두오모(Il Duomo)가 우릴 반겼다. 물론 피렌체나 밀라노의 그 유명한 두오모 성당들이 가지고 있는 웅장함과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베로나에 참 어울리는 소박하면서도 정숙함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진짜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존재했으면 어느 성당으로 갔을까? 그들이 마지막 죽음을 선택한 곳은 어디일까? 존 신부님은 어느 성당에 계셨을까?"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았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걷다보니 갑자기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드디어 많은 관광객들이 베로나로 오는 '목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 베로나 두오모성당 외관. ⓒ 사진=송원진↑ 베로나 두오모성당 외관. ⓒ 사진=송원진
↑ 두오모성당의 내부 중앙 제단의 돔을 장식하고 있는 돔 프레스코화. ⓒ 사진=송원진↑ 두오모성당의 내부 중앙 제단의 돔을 장식하고 있는 돔 프레스코화. ⓒ 사진=송원진
↑ 두오모성당 안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 사진=송원진↑ 두오모성당 안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 사진=송원진
와글거리는 소리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어두운 토끼굴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들락날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도 따라 가보았다. 양쪽 벽엔 엄청난 양의 낙서로 인해 무슨 글이 어떻게 써 있는지도 알아 볼 수 없었고 전화기들이 붙어있었다. 바로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으로 가는 길이었다.

'줄리엣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지?' 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전 발코니에서 로미오를 기다리는 여러 명의 여자들을 볼 수 있었다. 줄리엣의 집에 있는 발코니는 6유로의 요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은 아래에서 구경만 하다가 가는 경우가 더 많다.

↑ 줄리엣의 집로 가는 동굴(?)같은 길 벽면에는 관광객들의 낙서가 가득차있다. ⓒ 사진=송원진↑ 줄리엣의 집로 가는 동굴(?)같은 길 벽면에는 관광객들의 낙서가 가득차있다. ⓒ 사진=송원진
↑ 베로나 에 있는 발코니. 6유로만 내면 누구나 줄리엣이 되어 발코니에서 로미오를 기다릴 수잇다. ⓒ 사진=송원진↑ 베로나 에 있는 발코니. 6유로만 내면 누구나 줄리엣이 되어 발코니에서 로미오를 기다릴 수잇다. ⓒ 사진=송원진
↑에 있는 줄리엣 동상. 이 남자분으 더 좋은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환생했을 때 찾고 싶은 사랑이 있는 것일까.... ⓒ 사진=송원진↑에 있는 줄리엣 동상. 이 남자분으 더 좋은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환생했을 때 찾고 싶은 사랑이 있는 것일까.... ⓒ 사진=송원진
줄리엣의 집엔 발코니와 더불어 꼭 보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줄리엣의 동상인데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그녀의 가슴은 민망하게도 닳아 있고 많은 사람들은 더더욱 민망한 포즈와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어간다.

1905년 베로나 시는 줄리엣의 집을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소설 속 인물의 집까지 만들어서 추억을 파는 그들의 마케팅 능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베로나는 공기 중에도 낭만이 느껴지는 듯 했다. 고즈넉하고 작고 아담해서 걷기도 좋고 이탈리아의 다른 대도시들처럼 치안이 무섭거나 그렇지 않기에 골목골목 어슬렁거리기에도 딱 좋은 곳이었다.

리어나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OST였던 Des’ree의 Kissing you를 들어본다. 물론 그 영화의 무대는 베로나가 아니었지만 400년전 비극적 사랑의 원조 무대를 걷다보면 그들의 그 안타깝고 절박했던 사랑이, 그 처절한 운명이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7월의 뜨거운 햇살보다 더 뜨거웠던 사랑의 이야기가 여기 이 베로나엔 여전히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 3월17일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나눔콘서트 자세히 보기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가슴아픈 사랑의 도시에서 줄리엣을 만나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3월 공연은 17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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