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에서 벤자민 브리튼까지 런던이 영감을 준 작곡가들

머니투데이 글·사진=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교수 2013.03.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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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에세이]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 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 ⓒ사진=송원진↑ 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 ⓒ사진=송원진


유럽이라고 하는 한 동네가 있다. 오밀조밀하게 많은 나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옹기종기 살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나라가 뚝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바로 영국이다.

그래서인지 클래식 작곡가중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작곡가를 말하라고 하면 한 손 안에 들어가고도 넘칠 만큼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영국 출신 작곡가가 누구지? 라고 생각해보면 되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로열 앨버트홀을 건축한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의 동상. ⓒ사진=송원진↑로열 앨버트홀을 건축한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의 동상. ⓒ사진=송원진
↑매년 여름 세계 최대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스가 열리는 런던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 ⓒ사진=송원진↑매년 여름 세계 최대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스가 열리는 런던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 ⓒ사진=송원진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공이 건축한 로열 앨버트 홀을 지나다 문득 ‘사랑의 인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에드워드 엘가가 영국출신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1895년부터 시작된 BBC PROMS에 엘가도 함께 했을까?... 프롬스는 매년 여름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클래식 축제다.

오르가니스트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난 엘가는 처음에 아버지의 권유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갈증을 포기할 수 없어 독학으로 각종 악기 연주법과 작곡을 습득했다. 그래서 작곡가로 일을 시작한 것은 23세였던 1880년이었다.



그는 귀족이었던 앨리스를 사랑했지만 자신은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어서 그 사랑을 이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랑의 인사’를 작곡했고 이 곡을 들은 앨리스는 엘가의 정성에 반해 결혼해 결국 그의 아내가 됐다고 한다. 그는 ‘위풍당당 행진곡’ '첼로 협주곡', 또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바이올린 협주곡'등을 작곡한 영국의 대표 작곡가다.

↑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노팅힐'의 무대가 된 노팅힐 모습. 어디선가 'SHE'가 들려올 것만 같다. ⓒ사진=송원진↑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노팅힐'의 무대가 된 노팅힐 모습. 어디선가 'SHE'가 들려올 것만 같다. ⓒ사진=송원진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이 생각나는 거리를 걸어본다.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가 줄리아 로버츠에 대한 사랑으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생각하고 계절이 바뀌는 멋진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엘비스 코스텔로 (Elvis Costello)의 'SHE'다. 마지막에 줄리아 로버츠가 기자회견장에서 휴 그랜트와 재회할 때 나오는 음악이기도 하다. 뭔가 부드럽고 감미로우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음악이다.

↑ 고즈넉한 하이드파크의 오후.  ⓒ사진=송원진↑ 고즈넉한 하이드파크의 오후. ⓒ사진=송원진
이젠 조금 조용한 곳을 걸어보고 싶어 하이드파크로 갔다. 이 세상의 속도전과는 뚝떨어진 태고의 자연같다. 평온하고 느긋하고 행복한 시간들... 어디선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음악이 들려올 것만 같다. 독일에 태어난 헨델은 고향을 버리고 런던으로 건너와 오페라 ‘리날도’, 오라토리오 ‘메시아’등을 작곡했다. 런던이 제2의 고향인 셈이다. 런던은 헨델에게 어떤 영감을 준 것일까?


난 헨델의 음악중 ‘수상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를 좋아한다. 여름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선 가끔 헨델의 '수상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를 연주하며 진짜 불꽃놀이를 할 때도 있다. 베르사유 궁전에 여행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 런던의 명물 2층버스. ⓒ사진=송원진↑ 런던의 명물 2층버스. ⓒ사진=송원진
↑ 영국 국회의사당의 야경. ⓒ사진=송원진↑ 영국 국회의사당의 야경. ⓒ사진=송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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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밤이 되었다. 해리포터가 타고 있을 것 같은 2층 버스가 지나간다. 저 버스 안에는 론과 헤르미온느도 타고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빙그르 웃어본다.

다음에 런던에 오면 영국이 낳은 최고의 현대작곡가라 불리며 ‘일루미네이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전쟁 레퀴엠’ 등을 작곡한 현대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곡을 들어보고 싶다.

'현대음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들 왠지 난해하고 어렵고 골치 아파진다. 연주자들에게도 현대음악은 하나의 도전이고 새로운 시도다. 이렇게 그 작곡가가 살았던 곳을 직접 걸어보고 그가 지휘하며 연주했던 곳을 찾아가 보면 그의 음악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손에 잡히고 가슴에 전해져 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유홍준의 말을 빌려 원용하면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라고나 할까...

☞ 3월17일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나눔콘서트 자세히 보기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엘가에서 벤자민 브리튼까지 런던이 영감을 준 작곡가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3월 공연은 17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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