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들어설 페이스북 신사옥 조감도. 수천명 엔지니어들이 물고기떼처럼 한 방에 모여서 일하는, 세계최대 오픈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새 캠퍼스 발표자료들을 보면 기가 막히게 죄다 똑 같은 단어로 캠퍼스 컨셉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Collaboration(협업)’이다.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부대끼고, 더 편하게 얼굴 맞대고,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은 대인국에서나 볼만한 일종의 거대한 방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의 (캠퍼스) 아이디어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얼굴 맞대고 모여서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새 캠퍼스는 4층짜리 9개 동이 다리로 쭉 연결되는 형태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각기 다른 팀들이 얼마나 가까이에서 근무해야 하는지 데이터분석까지 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지금 캠퍼스보다 협업의 기풍을 더 높이는 것. 이를 위해 걸어서 1~2분 안에 회사 누구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혁신은 스케줄을 잡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You can’t schedule innovation). 우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거 어때?’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왼쪽 위부터 각각 애플, 삼성, 엔비디아, 구글(시계방향)의 실리콘밸리 신사옥 조감도.
이 시각 인기 뉴스
삼성의 새너제이 캠퍼스 설계를 맡은 NBBJ의 디자인 파트너 조나단 워드 역시 한 인터뷰에서 “삼성의 요구는 최고의 건물(signature building)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류와 시너지를 제공해서 협업과 혁신을 높일 수 있는 인테리어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들 세계적 IT기업들은 사옥설계에서조차 혁신성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인터랙션(interaction)을 만들어줘서, 더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즉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내부를 가보면 직원들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상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포스트잇 붙여놓을 만한 파티션은 찾기도 힘들다. 고개만 돌리면 같은 팀이든, 다른 팀이든 누구와도 쉽게 얘기할 수 있다. 책상들 옆으로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동작업 공간이 있고, 1~2분만 걸어가면 카페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직원들은 쉴 사이 없이 얘기를 나눈다.
심지어 야후가 재택근무를 금지하면서 직원들을 설득한 내용을 봐도 “가장 좋은 통찰력과 가장 훌륭한 결정의 많은 부분이 통로토론, 카페토론 그리고 즉각적인 미팅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회사들이 당장 파티션 걷어치우자는 것이 아니다. 층층 겹겹 상사들 시선과 조직의 잡다한 스트레스를 적당히 피할 수 있는 파티션조차 없다면, 아마 한국 직장인들은 진짜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은 배워야 할 것 같다. 위아래로, 또 옆으로 더 많이 대화하고 협업하는 오픈마인드. 혁신은 간혹 천재들의 창의성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협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병률기자 트위터계정 @bryuva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