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된 검단2지구···피해보상 대책 없어 '부글부글'

머니투데이 검단(인천)=송학주 기자 2013.03.10 17:23
글자크기

[검단신도시 2지구 직접 가보니]주민들 "애초 정부 잘못 크다"

↑인천 서구 불로동 인근 도로에 검단신도시 보상 관련 소송접수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기자↑인천 서구 불로동 인근 도로에 검단신도시 보상 관련 소송접수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기자


 "(검단 2지구가) 신도시로 개발된다고 해서 김포 쪽으로 옮겨가려고 대출받아 미리 공장부지 사 놨는데 이제 어쩌나요. 매달 몇 백 만원씩 대출 이자만 물고 있는데 지구지정했다가 취소한 정부가 입은 손해를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인천 서구 왕길동 소재 공장주 B씨)

 지난 9일 인천시 서구 일원의 검단신도시 2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7일 검단 2지구에 대한 택지개발지구 지정 해제만 결정했지, 마구잡이 신도시 지정에 따른 책임과 피해보상에 대한 대책마련은 전혀 없어서다.



 수도권에선 신도시 개발계획이 처음으로 백지화된 검단 2지구는 인천시 불로·마전·대곡동 일대 694만㎡ 부지에 4조4000억원을 들여 주택 2만1200가구(인구 5만3000여명)를 건립하는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2007년 8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 마련이 쉽지 않아 보상시기를 연기하자 주민 반발에 부딪쳤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재정 여건과 수도권 주택공급 및 주택수요 등을 고려해 2016년 이후 보상 추진 방안을 제시했으나 주민들은 조속한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했다. 결국 지난해 7월께 검단2지구 전체 토지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지구 지정 취소를 찬성했다. 검단 2지구가 취소되면 해당 지역은 관련법에 따라 토지이용계획과 도시계획시설 등이 지구 지정 이전 상태로 환원되고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인천 서구 왕길동 일대 도로 곳곳에 미분양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 기자↑인천 서구 왕길동 일대 도로 곳곳에 미분양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 기자
 검단 2지구는 택지지구에서 차라리 해제되는 게 지연에 따른 고통보다 덜 하다는 주민의 입장이 투표에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지구 지정 취소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B씨처럼 보상을 기대하고 미리 돈을 빌려서 다른 곳에 투자했던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검단2지구로 예정된 대곡동 일대에서 농사짓던 C씨는 "농지가 곧 수용돼 정부 보상이 이뤄질 거란 발표를 믿고 빚을 얻어 인근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이렇게 아무런 대책없이 취소하면 그동안 낸 이자와 나머지 아파트 잔금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구잡이 신도시 지정으로 인한 주민 피해 보상 기준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형성된 1지구와 함께 수립한 광역교통대책과 기반시설 연계도 백지화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천 마전동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검단1지구도 제대로 진척이 안되고 인근 김포한강신도시도 미분양만 쌓여가는데 애초부터 정부가 계획을 잘못세워 개발 기대감만 높여놓았다"면서 "검단 2지구가 취소되면서 도시 인프라 조성도 기대하기 어려워 검단신도시는 이제 반쪽짜리 신도시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인근 도로에 보상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송학주기자↑인천 검단신도시 인근 도로에 보상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송학주기자
 수도권에서 택지지구지정과 보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은 비단 검단 2지구만이 아니다. 상당수가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단기공급 확대를 위해 물량 위주로 급하게 추진된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토지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1조3000억원의 보상비가 지급됐음에도 보상가격을 둘러싼 행정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파주 운정3지구 택지개발사업과 2007년 3월 택지지구로 지정됐지만 현재 지구지정 해제절차가 진행 중인 일산 풍동2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가격급등기의 정책을 고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다변화된 소비자 계층을 위해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택공급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