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자화상'은 어떤 표정 짓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3.03.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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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세탁부, 서커스단원, 모델 그리고 화가

박근혜 대통령 '자화상'은 어떤 표정 짓고 있을까?


르누아르의 그림 중 <부지발에서의 춤>이란 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풍만한 몸매에 우아한 자태,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따사한 햇빛 아래 매혹적인 춤을 즐기고 있는 여성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르누아르와 동시대를 살았던 로트렉의 그림 중에는 <숙취>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반쯤 비운 술병이 놓인 테이블에 구겨진 허름한 셔츠를 입은, 고달팠던 하루를 뒤로하고 술로 마음을 달래는 듯한 파리 뒷골목의 여성이 그려져 있다. 너무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그림 속 두 여인은 놀랍게도 수잔 발라동이라는 동일인물이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화가의 시선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됐다.



수잔 발라동은 사생아로 태어나 세탁부로, 서커스단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18세에는 자신과 같은 사생아를 출산하고 미혼모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발라동은 화가들의 모델활동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을 키워 화가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각각의 화가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그녀는 이제 붓을 들고 자신을 직접 그리기 시작한다. 얼핏 인생사만 늘어놓고 보면 그녀의 인생만큼이나 불안한 그림으로 표현됐을 것처럼 추측되지만 그녀의 자화상은 그런 생각을 비웃기나 하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다.



그녀는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는데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서처럼 유감적인 몸매를 뽐내는 매혹적인 모습이나 고달픈 인생을 씁쓸하게 음미하는 우울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자화상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매 순간 성실히 살아가는 한 인간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된 딸, 과반이상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최초의 대통령 등 수 많은 수식어를 달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로 향했다. 그 밖에도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비취지는 대통령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누구에게는 아픔의 기억으로, 누구에게는 불만으로, 그리고 누구에게는 희망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인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앞으로 5년 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평가될 것이다. 임기 말년 그녀의 모습이 르누아르가 그린 수잔 발라동처럼 미화되거나 로트렉의 그림처럼 폄하되지 않고 수잔 발라동 자신의 그것처럼 당당함만이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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