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 심형래 "재기" 하겠다는 말에…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3.02.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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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자본시장이 답이다(3)] "중기·벤처에 돈 돌아야 창조경제도 가능"

'파산 신청' 심형래 "재기" 하겠다는 말에…


"어떻게 해서든 재기에 성공해 사회에 공헌하겠습니다. 재기해야 임금체불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최고의 개그맨에서 90년대에는 영화감독이자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던 심형래 전 영구아트 대표가 최근 파산신청을 하며 남긴 말이다.

영화 '디워'의 작품성이나 영화관에 대한 지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한 때 벤처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그의 파산 신청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멀쩡한 벤처기업도 자본을 유치하거나 대출을 받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인데 실패한 사업가가 다시 일어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역을 중소기업으로 만들고, 창업·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소·벤처업계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중소·벤처업계 주도로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개별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을 갖춰도 제때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산업계 피라미드의 밑단인 중소·벤처기업들에게도 성장 단계별로 자금을 조달하고 엑시트할 수 있는 중소·벤처 자본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창조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 2만8442개 중 벤처투자를 받은 곳은 669개로 2.4%에 불과하고 기술평가보증을 받은 기업이 2만5185개사로 88.5%에 달한다. 지분투자를 통한 자금유치가 아니라 대출과 보증으로 자금수요를 해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2002년 128개였던 창업투자회사는 지난해 말 105개로 줄었다. 창업투자회사의 투자자금도 2011년 1조260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2333억원으로 감소했다.
'파산 신청' 심형래 "재기" 하겠다는 말에…
정 사장은 "벤처거품이 꺼지고 난 후 지난 10년 간 벤처생태계를 (정부가)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분투자에 따른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살릴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복원하는데 정책적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 투자의 대부분은 유통시장이 아닌 발행시장에 몰려있다. 창업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의 자금난은 경기 침체로 극심해진 상황이다. 그나마 자금조달의 숨통 역할을 해온 발행시장도 지난해 증시 불황으로 기업공개(IPO)가 감소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운 좋게 IPO에 성공하더라도 창업 후 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창업초기 단계에 엔젤펀드가 자금을 투자한다면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의미다. 창업투자사를 제외한 민간 기관투자가 벤처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측면에서 올 상반기 중 개설될 코넥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초 코넥스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이은 제3의 별도시장으로 추진됐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난항을 겪자 한국거래소 규정으로 변경돼 개설되게 됐다.



코넥스는 감사의견 '적정' 기업 중 자기자본 5억원이상이거나 매출 10억원이상, 혹은 순이익 3억원이상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췄다. 은행과 증권 등 기관과 벤처캐피탈, 3억원이상의 예탁금을 가진 개인투자자도 투자할 수 있다.

홍충희 지엔텍벤처캐피탈 사장은 "새 정부의 전반적인 벤처 및 중소기업 육성 방향은 시장 흐름에 부합해 보인다"며 "코넥스의 유동성만 확보된다면 새로운 자금조달과 엑시트 창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코넥스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3년 창업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기까지는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미국 벤처생태계의 인프라 없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의 M&A가 활발해지려면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레퍼런스가 필요한데 엔젤 투자단계의 기업은 기술의 시장성과 가능성을 가치로 평가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코넥스가 자리잡으면 밸류에이션 인프라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새 정부가 자본시장제도 선진화를 국정목표 추진전략으로 제시한 만큼 선진형 투자은행(IB) 육성에 대한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추진계획으로 혁신형 중소기업 등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IB 육성, 조건부자본증권 허용 등을 제시했다.

장외파생상품거래 중앙청산소, 증권시장 대체거래시스템 등을 통한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과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진입유지 부담 완화 계획도 밝혔다. 시장별 특성을 살려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기업 대표는 "지난해 증시침체로 증설 자금을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나마 상장을 하지 않았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부터 성장, 회수, 재도전까지 선순환적인 기업생태계가 되려면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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