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코끼리 김응룡, 멘도사 라인 넘어설까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2.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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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는 전통적으로 공식 개막전이 열렸던 신시내티에서 1회초 홈팀 선발 투수가 초구를 던지는 순간, 추웠던 겨울이 얼음처럼 녹아서 사라져 버린다는 속설이 있다. 신시내티는 추신수가 아메리칸리그 클리블랜드에서 새롭게 유니폼을 입고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내셔널리그 팀이다.

2013 프로야구를 경기력 측면에서 접근하면 가장 큰 특징은 ‘거장(巨匠)’ 김응룡(72)감독의 복귀와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염경엽(45)감독의 등장이다. 두 감독은 27살 나이 차이가 난다.



염경엽 감독은 LG 김기태 감독보다 한 살 많지만 중학교 시절 1년을 쉬어 광주일고 동기생이다. 그러니까 현역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기태 감독과 김응용감독은 28살 차이가 나는 것이다.

2012 시즌 후 롯데 양승호 감독, 넥센 김시진 감독의 경질과 한화 한대화 감독의 계약 만료로 프로야구 감독들의 변화가 예고됐다.



그런데 한화 감독을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맡을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아울러 김시진 감독이 물러난 넥센의 새 감독으로 염경엽 코치가 내부 발탁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중하위권 전력이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 위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김인식 감독, 김재박 감독, 조범현 감독 등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으나 결과는 달랐다.

↑한화 김응룡 감독 ⓒ사진제공= OSEN↑한화 김응룡 감독 ⓒ사진제공= OSEN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그라운드로 돌아온 배경은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여름 잠실과 목동구장에서 열린 서울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기간 중 후배 지도자들로부터 ‘감독 한번 더 해보시죠’라는 권유를 받고 농담처럼 ‘해볼까’라고 대답한 것이 현실화됐다.


김응룡감독은 한화를 맡은 뒤 김성한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하고 뜻하지 않게 은퇴한 후 1년을 쉰 이종범을 코치로 발탁했다. 과거 해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한 주력들을 한화 코칭스태프에 포진 시켰다.

김응룡감독의 별명은 ‘코끼리’다. 큰 체구도 그렇지만 야구 자체의 선이 크고 굵다. 잔 수를 쓰지 않는다. 올시즌 목표에 대해 흔히 얘기하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라 ‘우승’이라고 밝힐 만큼 목표 자체도 크다.

한화의 에이스였던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박찬호가 은퇴해 전력에 치명적 공백이 생겼지만 김응룡 감독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김응룡 감독과 가장 비교가 되는 지도자가 넥센의 신임 염경엽 감독이다. 현역 프로야구 감독 중 선수 시절의 지명도가 가장 떨어진다. 태평양 선수 시절 김성갑 현 넥센 2군 감독과 함께 이른바 ‘멘도사 라인’으로 자주 언급됐다.

염경엽 감독은 당시 유격수로 2루수 김성갑 감독과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새해 넥센 선수단 단체 기념 촬영에도 염경엽 감독은 김성갑 2군 감독과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멘도사 라인’은 타격 실력은 최악에 가깝지만 뛰어난 수비, 작전 수행 능력 등에서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주전급 선수를 말한다. 확실한 가치를 지닌 선수이다.

멘도사는 멕시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마리오 멘도사이다.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였는데 통산 타율은 2할1푼5리였다. 그래도 풀 타임으로 기용된 것은 수비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팀에 기여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전급이지만 타율이 2할대 초반인 선수들을 멘도사 라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성갑 2군 감독의 통산 타율은 2할3푼5리였다. 마리오 멘도사 보다 높았다. 반면 염겹엽 넥센 감독은 1할9푼5리이다. 2할에도 못 미친다. 1991시즌부터 2000시즌까지 태평양 현대를 거치며 홈런은 겨우 5개를 쳤다.

염경엽 감독은 은퇴 후 스카우트, 운영 등 프런트에서 주로 일했고 코치 경험은 매우 짧다. 감독 경험은 전무하다. 그런데 전격적으로 감독으로 발탁됐다.

아무도 현재 그의 야구를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야구에 대해 확실한 소신과 한편으로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빠른 발을 지녔다고 해도 작은 체구에, 그 정도의 타격 실력으로 야구 명문 광주일고, 고려대를 나왔다는 점에서 분명히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스카우트 시절 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비춰 선수를 보는 안목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2013 프로야구는 한화 김응룡감독과 넥센 염경엽감독이 어떤 야구를 펼치는 가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울 것 같다.

김응룡감독의 한화는 지난 해 꼴찌 팀이다. 반면 넥센은 6위를 했음에도 김시진 감독을 경질하고 염경엽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두 감독 모두 4강 이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팀부터 제쳐야 한다. 1군 리그에 데뷔하는 NC 다이노스에는 앞설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응룡 감독의 복귀와 염경엽 감독의 등장에 시즌 개막이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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