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月배송" 잡지형 사업, 20대男 대박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3.01.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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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서비스 커머스 1호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1년안돼 12억 매출

"화장품 月배송" 잡지형 사업, 20대男 대박


매달 집으로 선물상자가 온다. 정기구독 잡지처럼 말이다. 이번 달에는 뭐가 들었을까, 화장품? 향수? 궁금하고 설렌다.

이런 여자들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한 달에 한번, 선물을 보내주는 남자가 있다. 20대 창업가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29·사진)다.

미미박스는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1호 '구독서비스 커머스' 업체. 신문과 잡지를 받아보는 것처럼 일정액을 결제하면 매달 화장품 등 뷰티 제품 5~6가지를 선물상자에 담아 보내준다. 미국에서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라고 불리며 이미 다양한 제품들의 전자상거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1600개인데 각각 10가지 상품만 나와도 1만6000개예요. 최근 뜨는 제품이 내게 맞을지 써보고도 싶고, 상품정보가 넘쳐 혼란스러울 때 누가 대신 물건 좀 골라주면 어떨까…현대사회 소비자들의 심리에 착안했죠."

여자보다 여자들의 마음을 더 잘 알아서일까. 3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미미박스는 1년도 안 돼 매출 12억원을 올렸다. 회원수만 6만명. 매달 구성되는 박스는 조기완판되고 여자박스에 이어 남자박스, 베이비박스도 내놨다.



매달 받는 박스 하나 가격은 1만6000원 정도인데 실제 제품구성은 샘플, 정품 등 8만~10만원어치.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제휴 브랜드 280곳에서 공짜로 물건을 받아오기 때문에 고객에게 싸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휴사들은 뭐 먹고 사냐고요? 미미박스가 강력한 홍보·마케팅 플랫폼이 되는 거죠. 각 제품을 받은 고객들의 성향이나 반응 등은 저희가 분석해서 제휴사에 제공하기 때문에 자사 제품이 박스에 담기기를 기다리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화장품 月배송" 잡지형 사업, 20대男 대박
화장품 골라주는 손길이 한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하 대표는, 알고보면 '거친 남자'다. 환경공학과에 다니다가 입대한 뒤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자원해 힘든 군 생활을 보냈다.


"군 생활이 성격에 잘 맞았고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었어요. 20개국에서 온 군인들과 생활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철도 들었죠."

진로는 이때 바뀌었다. 미군 친구의 초청으로 제대 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가 패션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느꼈어요. 결국 한국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패션 학교에 들어갔어요."

하 대표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온 인재다. 패션마케팅을 전공하면서 베르사체 등 굴지의 글로벌 패션회사들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학교를 나온 뒤에는 세계적 패션회사 톰포드에 들어갔다. 브래드 피드 같은 스타들의 코디를 담당하면서 현장을 누볐다.

"톰포드 한국 매장을 여는 일을 제가 맡게 되면서 귀국했어요.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면서 프리랜서로 패션 컨설팅을 하게 됐고, 사업 아이디어도 거기서 얻었죠."

지인 2명과 함께 시작한 미미박스는 1년 사이 정규직원이 27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하 대표가 지은 회사이름 '미미박스'에는 경영철학이 녹아있다. 아름다울 미(美), 어릴 적 갖고 놀던 '미미인형', 중국어로는 '미미'에 '비밀'이라는 뜻이 있다. "그럴듯한 창업 이념은 없어요. 여성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면 뭐든 하자, 어떤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행복할까… 자나 깨나 이런 생각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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