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길게보면 또다른 비용으로 부메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객에 효율적이었던 마케팅 포인트가 사라지게 돼 대체마케팅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제품별로는 내구재 판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가 중단될 경우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일시불이나 현금 및 체크카드 구매로 돌아설 수 있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제휴한 특정카드를 사용하면 무이자를 여전히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금액이 큰 가전이나 중고가 의류, 패션잡화, 레포츠용품 등에서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 매장에선 무이자 여부에 따라 지갑을 닫는 소비자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무이자 할부에 미련 엿보이는 카드사 =한 대형마트에서 진행한 무이자 할부행사에서 A카드가 부담한 비용을 이자율로 전환했더니 적게는 1.6%(2개월 할부)에서 2.9%(3개월) 가량으로 집계됐다. 연율로 환산하면 약 10%∼12%에 달한다. 이것이 카드사가 유통업체에 수익자란 이유로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비록 비용은 들어도 무이자 할부가 대중광고 등으로 무차별 마케팅에 나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객효과가 크다는 점이 카드사의 고민이다. 유통업체에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점유율이 오락가락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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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은 소비자의 불편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1개월간 한시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무이자 할부서비스에 신용카드사들이 미련을 갖고 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명절에는 무이자 할부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변칙적인 부활은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적발되면 징계도 불사할 태세다.
◇ 서비스 중단에 따른 유통 매출 영향 주목 = 중요한 마케팅 언덕이 사라진 만큼 신용카드사로서는 시장점유율과 고객을 넓히기 위해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또다른 대체 마케팅에 나서야할 처지다. 카드의 범용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백화점, 마트 등에 제휴를 확대해야하는데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카드 무이자할부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사회적 효과를 빼면 카드사의 손익계산은 잘해야 본전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까지는 대형마트에서 모든 카드사가 상시할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각 카드사가 돌아가며 3개월 간격으로 무이자 행사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쟁탈전이 심화되면서 카드사들이 모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상시 무이자를 진행하는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게 현재까지 왔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로 우리도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론 유통업계가 주도하는 판촉행사 보다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 성격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유통업체와 카드사와의 기싸움이 어디로 기울지 무이자 할부서비스 후 유통업체 매출이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면 카드사가 여전히 유통업체에 '을'의 위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