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새해 활기찬 자본시장을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기자 2013.01.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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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새해 활기찬 자본시장을 기대하며


4~5년 전만 해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었던 증권산업이 지루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최근 수치를 보면 자명하다. 2012년 말 코스피지수가 1997.1로 마감하며 3년 전과 비교해 18.7% 상승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의2로 줄어든 5조9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 만큼 증권사의 위탁 수수료 수입도, IB(투자은행) 및 자산관리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지점 및 해외 법인의 축소 등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증권산업이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미흡한 구조조정과 과당경쟁이 꼽힌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 수는 2008년 3월말 40개에서 2012년 3월말 51개로 증가했고, 지점수도 1828개에서 1905개로 늘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활성화된 선진국도 종합금융 형태의 투자은행 수는 소수지만 위탁중개 중심의 증권사는 다수여서 이 정도의 수적 증가가 증권산업 정체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증권사를 찾는 개인과 기업고객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경기양극화 등으로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자금조달이 줄어 코스피 상승과 무관하게 유가증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실제 직접(주식·채권시장) 및 간접금융시장(은행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46.3%에서 2012년에는 10% 미만으로 축소됐다. 개인 역시 주식, 펀드 등 위험금융자산을 줄이고 안전금융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주식과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무려 32조8000억원에 달하며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자금은 365조원이다.

코스피지수 상승에도 개인이 위험금융자산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통상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탓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반면 전세 가격이 급등해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세 세입자가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과 펀드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국 증권업에 팽배한 정보 및 서비스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도 또 다른 정체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십억 원을 들인 리서치정보를 인터넷에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볼 수 있는 여건에서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양질의 정보창출이 어려운 것이 자명하다.


한국 증권사가 M&A를 통해 대형화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화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증권사는 대형화를 통해 상품 개발, 고객 정보 서비스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 타사을 모방하거나 보편적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을 확보하려고만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콘텐츠산업 등 창조형 중소기업의 육성'과 '전·월세가격 안정 등 주거복지 달성'을 통한 국민행복 달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양극화 문제, 부채 문제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풀어야 할 시의 적절하고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수백만 개 중소기업의 지원 및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만으론 역부족이다.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 유동자금을 적절히 공급해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적절한 중개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 본연의 업무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적절히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육성뿐만 아니라 주거복지정책 역시 무시돼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가계자산의 80%가 기업보다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에 투자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주거비 증가로 내수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 개편과 더불어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현 시점에서 적절한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역시 시의적절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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