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듣기 힘든 형이상학적 언어들이 오갈 때, 갑자기 그에게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는 남미 출신 유학생들에게 "여기서 신선놀음이나 하지 말고 당장 너희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부터 해봐라"고 고함을 외치며 강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길로 고국에 돌아온 그는 아버지(창업주 故 이연호 회장)가 운영하던 서울 성수동의 남루한 남양알로에(現 유니베라) 사무실에 갔다가 무엇을 해야할 지 '번쩍' 자각하게 된다.
외아들이 학업을 계속 이어가길 바라던 아버지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아들의 뜻을 본 부친은 "한번 사업을 시작했으면 끝을 보라"는 소명을 안겨줬다. 1996년 선친이 작고한 이후 남양알로에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병훈 사장(사진·50)은 2006년 사명을 유니베라로 바꾸며 세계적 알로에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시켜왔다. 1986년 당시 매출 10억원에 불과했던 작은 회사는 현재 연간 2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유니베라는 현재 세계 알로에 원료시장에서 43%를 차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알로에를 원료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내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10년안에 해외 30여개국에서 방문판매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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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을 인정받아 유니베라는 2003년부터 10년 연속으로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알로에 소재 기업 중 처음이다. 한국 기업이 서양 천연물을 소재로 10년 연속 세계를 장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그가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공시켜온 비결은 구성원들과의 하나 된 마음과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다. 그는 유니베라를 한마디로 '꿈을 함께하는 행복한 일터'라 표현한다.
"인간과 자연, 기업과 사회, 개인과 회사간의 선순환을 확립하자는 게 창업주의 기업 철학입니다. 좋은 품질을 위해 1989년 알로에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연매출의 15%를 연구개발비로 쓰기도 했죠. 우수한 제품을 통해 고객과 우리가 더불어 속한 사회가 건강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죠."
이 사장이 지향하는 회사 비전은 '글로벌 웰니스 기업'이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웰빙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즉 건강을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앞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영혼의 건강도 책임지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