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너마저'…투자1번지 강남도 '울상'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2.12.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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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오피스텔 단지 수익률↓, 공실률↑

↑서울 용산 한강로1가 한 오피스텔. ⓒ송학주 기자↑서울 용산 한강로1가 한 오피스텔. ⓒ송학주 기자


 # 오피스텔 공급이 주춤했던 2007년 10월 김동근씨(가명·47)는 투자 목적으로 서울 한강로1가의 한 오피스텔 2채를 계약했다. 당시 전용면적 37.26㎡ 분양가는 2억3000만원으로, 주변 아파트값보다 훨씬 저렴했다.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이 바로 인근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보니 공실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 매달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가 120만원씩 240만원이나 됐었다.

 3년 뒤인 2010년엔 매매가가 3억5000만원까지 올라 오피스텔 한채당 1억2000만원씩 시세 차익도 볼 수 있었다. 팔라는 유혹이 많았지만, 매달 회사원 한 달치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다보니 쉽게 팔수 없었다.



 최근 김씨는 제때 팔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소유한 오피스텔 시세는 2억9000만원 선까지 떨어졌고 그마저도 세입자없이 비어 있을 때가 있어서다. 월세를 100만원 받기도 어려워졌다. 김씨는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지만 거래가 안되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 수단으로 승승장구하던 오피스텔이 최근 기세가 한풀 꺾였다. 김씨의 경우처럼 초기 투자금을 적게 들이면서도 안정적 수입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피스텔 '너마저'…투자1번지 강남도 '울상'
 ◇"많아도 너~무 많아"···오피스텔 공급과잉 '주의보'
 1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의 경우 올들어 5월까지 매매와 전·월세 가격 모두 강보합의 흐름을 나타냈지만, 6월 이후 매매와 월세가 약세 흐름으로 돌아섰다.

 전국 연간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2012년들어 전년대비 0.06%포인트 떨어진 5.95%로 하락했다. 공실률 등 감가상각을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연 수익률이 6%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적극적인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수익률이 3~4%대까지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공실률 10%를 적용해 주요 오피스텔의 수익률을 파악해 본 결과 △목동파라곤(70.67㎡) 3.55% △용산파크자이(31.83㎡) 3.74% △잠실갤러리아팰리스(40.46㎡) 3.87% △신도림쌍용플래티넘시티(64.07㎡) 4.80% 등으로 조사됐다.


↑서울 주요 오피스텔 단지 수익률 분석표.↑서울 주요 오피스텔 단지 수익률 분석표.
 무엇보다 고분양가와 공급 과잉이 원인이다. 올 7월까지 분양된 오피스텔 3.3㎡당 평균 분양가는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강남3구 1588만원 △판교신도시 1163만원 △분당신도시 1192만원 △광교신도시 1039만원 △강남보금자리 1067만원 등이다. 통상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이 분양면적의 50% 안팎임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분양가격은 이보다 배 이상 비싸다.

 올 한해 1만2728실의 오피스텔이 입주했고 내년엔 이의 2.4배에 달하는 3만497실로 예상되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 요인. 더구나 오피스텔과 함께 수익형 부동산의 주축으로 꼽히는 도시형생활주택 입주가 내년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용산 한강로1가 한 오피스텔 전경. ⓒ송학주 기자↑용산 한강로1가 한 오피스텔 전경. ⓒ송학주 기자
 ◇'오피스텔 투자1번지' 강남도 '울상'
 "역삼역 일대 전용면적 33㎡인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선입니다. 예전에 비해 월세가 내려갔지만 공실률은 오히려 늘어 20% 정도에 달합니다. 오피스텔 20채를 갖고 있는 한 임대인의 경우 4~5실이 비어 있습니다. 역삼역 일대 전체로 봤을 때 상황은 비슷합니다." (역삼역 인근 K공인중개사)

 '오피스텔 투자 1번지'로 꼽히는 강남에는 대형 상권은 물론 대형 사무실 빌딩이 많이 모여 있어 상대적으로 임차인 구하기가 쉽다. 임차 수요가 많이 몰리다 보니 오피스텔 한 채의 월세가 100만원을 넘어서는 곳이 많았었다. 하지만 최근엔 공실 발생으로 인한 임대료가 줄면서 투자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강남 신오피스텔촌'으로 불리는 강남 보금자리지구에서만 올해 총 3000여실이 분양되는 등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일부 오피스텔은 계약률이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서초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강남 일대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달려들어 공급이 너무 많이 됐다"며 "강남에서 좋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임대료 하락은 물론 공실로 인한 손해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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