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126억, 싸이-78억 '꼼데길'빌딩사더니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2.12.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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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길 따라 돈이 흐른다/ 돈 몰리는 꼼데가르송길

이태원 꼼데가르송길이 제2의 가로수길로 떠오르면서 일찌감치 돈 있는 이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가의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이 일대 건물을 매입하고 월드스타로 등극한 싸이도 이에 가세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꼼데가르송길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까지 약 500미터에 이르는 거리. 고급 아동복브랜드인 꼼데가르송 매장이 들어서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바이 7성급 호텔인 버즈알아랍호텔 총주방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에드워드 권의 '더 스파이스'나 SPC그룹의 안테나숍인 '패션파이브'가 들어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직 활발한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는 부자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인지 빌딩 거래는 여느 곳 못지않게 활발하다. 돈이 몰리는 곳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의 부동산 상황을 정리해봤다.


사진_류승희 기자



◆꼼데가르송길은 이미 삼성이 접수

이태원로 북쪽은 삼성가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삼성그룹의 VIP 영접장소인 승지원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관장인 리움미술관 외에도 주변 지분을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

등기부등본 상에 드러난 이 지역의 삼성가 소유 건물은 줄잡아 10여곳. 기존의 리움미술관이나 이건희 회장 명의의 740-10 외 1필지, 이태원2동 일대 등 이 회장 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꼼데가르송길과 인접해 있다. 한남동 738~740번지 일대를 삼성가가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SPC빌딩 맞은편 740번지 일대(740-1~3, 16~18) 154.7㎡는 삼성생명 소유의 땅이다. 1983년 동방생명 시절 매입한 땅이지만 최근 제일모직의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매장 입점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소유자인 삼성생명은 올해 7월30일 건물의 소유권보존 등기를 마쳤다.


작은 소로(이태원로 55길)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은 리움이 입주해 있다.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브랜드인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이 회장 소유 저택과 리움미술관으로 들어서기 위한 입구에 나란히 삼성가 소유의 부동산이 대문역할을 하는 셈이다. 739-1~2인 이곳의 토지는 삼성물산 소유다.

738-11은 SK주식회사 소유였다가 모 개발회사로 넘어간 부지에 올해 5월 제일모직이 소유권이전청구권 형태로 가등기를 설정해놓은 상태다. 매매예약을 걸어놓은 것으로 원 소유주의 채무가 정리되면 제일모직의 소유가 된다. 현재 SK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바로 옆 건물인 739-12는 이런 식으로 올해 5월 매매계약을 해 9월 제일기획이 소유권을 인정받은 경우다. 이 건물은 19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홍 관장과 이서현 부사장 모녀가 300억원을 들여 구입해 화제가 된 곳은 한남동 739-16 외 2필지다.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등기부상 토지 매입가격은 250억원, 건물 매입가격은 50억원이다. 매트리얼빌딩인 이곳은 현재 수입자동차 아우디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불과 몇십 미터 인근 739-36 외 1필지는 제일모직 소유다. 삼성화재가 갖고 있던 곳을 2010년 12월 제일모직이 사들였다. 당시 매입가격은 105억원이다. 4층짜리 신축건물을 올해 8월 완공해 현재 뉴욕에서 시작된 멀티숍브랜드 '블리커'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태원로 남쪽은 혼전 양상

이태원로 북쪽이 삼성타운이라면 남쪽은 현대가와 중견기업 및 유명인의 각축장이다. 한남동 683-132는 현대카드 소유다. 연면적 3600㎡(1100평) 규모의 공연·전시장을 짓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지하 6층, 지상 3층의 건물로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은 민간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도심 한가운데 공연장을 짓는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현대카드는 2008년 157억7000만원을 들여 이곳을 매입했다.

729-74번지 일대는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 소유의 '패션파이브'가 있다. 그룹 소유의 땅을 활용해 만든 건물로 그룹 내 홍보·기획팀이 상주해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빵은 물론 수제초콜릿과 푸딩제품을 선보이는 프리미엄 디저트 갤러리다. SPC그룹은 이 매장을 신제품 테스트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배우 장동건씨가 매입한 한남동 건물
사진_류승희 기자

이 일대 연예인의 진입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6월 배우 장동건씨가 이곳에 건물을 산 것이 확인돼 화제가 됐다. 그가 매입한 건물은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683-73번지로 1층에 수입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입점해 있는 상태다.

장씨가 매입한 금액은 126억원. 언론에서는 이 건물이 현재 기준시가가 34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큰 손실을 봤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서 2009년 전 소유주의 매매가격은 84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태원로 북쪽 삼성타운에서 내려오는 차량이 신호대기하는 지점 정면에 건물이 노출돼 있고, 고풍스런 건물 양식으로 인해 향후 시세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건물은 683-139번지다. 올해 2월 아내인 유모씨와 공동명의로 7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중개업소는 이 건물의 시세를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개 층의 카페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곳의 임대수익은 1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제약회사 광고모델로 눈길을 모았던 차범근 3부자 소유의 한남동 736-14의 4층 건물은 지난 5월 62억원에 매각됐다. 2006년 8월 차범근(SBS 해설위원), 차두리(뒤셸도르프), 차세찌 3부자는 공동명의로 이 건물을 19억400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6년여 동안 보유하다 ㈜코러스인베스트먼트에 건물 소유권을 넘겼다. 3배가 넘는 수익률에 4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건물은 제일모직과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으며 커피전문점이 입점한 모던한 건물이다. 맞은편은 임페리얼팰리스호텔이 이태원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IP부띠끄호텔이 있다. 신철호 임페리얼팰리스호텔 회장은 차두리의 장인이다. 양쪽 집안의 건물이 이태원로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매각한 건물 외에도 차범근 차두리 부자는 한채의 빌딩을 더 소유하고 있다. 683-142에 위치한 이 빌딩은 이태원로 뒤쪽이 경사진 탓에 전면은 3층짜리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5층 건물이다. 2004년 매입해 현재도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683-136은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코코브루니 매장이 있고 683-116에는 파라다이스그룹 소유의 건물에 그룹 사무실이 상주해 있다. 싸이 소유의 건물 바로 옆인 683-130 외 1필지에는 최근 신선설농탕 운영기업인 ㈜쿠드의 오청 대표가 43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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