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씩 이어 희망을 그리는 달력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이선영 이로운닷넷 에디터 2012.11.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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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이로운 상품]<6>슬로우워크의 에코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조성도 디렉터, 강혜진 디자이너, 김목애 디자이너 ⓒ이선영 이로운닷넷 에디터↑왼쪽부터 조성도 디렉터, 강혜진 디자이너, 김목애 디자이너 ⓒ이선영 이로운닷넷 에디터


한 달에 한 생명, 1년 열두 달 동안 열두 생명을 살리는 데에 수익금을 쓰는 달력이 있다. 이 달력의 제작비는 300만 원. 이 달력은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3주 만에 544만여 원의 제작비를 모으는 데에 성공했다.

디자인컨설팅 전문업체 슬로우워크는 클라우드펀딩플랫폼 텀블벅(www.tumblbug.com)에서 10월30일부터 제주도 강정마을을 돕는 '안녕, 구럼비' 달력 제작비를 모금했다. 벽걸이용으로 제작될 이 달력은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에서 서식하는 맹꽁이, 따개비, 소라고동 등 12가지 멸종위기 생물들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1만1900원 이상 후원하면 제작한 달력을 보내주는 이 후원 프로그램에 175명이 참여 했고, 그중 1명은 무려 99만 원을 후원했다. 99만 원 후원자한테는 달력, 포스터 등 10세트가 배송되고 나머지 돈은 모두 제주도 강정마을에 후원자 명의로 기부된다.

이 달력을 디자인한 강혜진 슬로우워크 디자이너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해군기지 건설로 구럼비 생태계가 어떤 피해를 입게 될지 달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달력에는 사람들이 쉽게 강정마을 스토리를 알 수 있도록 구럼비 바위의 유래 등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넣었어요. 텀블벅에서 모은 후원금은 달력 제작비를 제외하고 전액 강정마을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지난 12일부터 슬로우워크는 텀블벅에서 '점점달력' 제작비 모금을 시작했다. ‘점점달력’은 사향노루, 표범장지뱀, 혹고니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2종을 담은 탁상용 달력이다. 모금시작 9일만에 목표금 300만 원 중 223만여 원, 74%가 모였다.

동물이 온전한 형태로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일부만 그려져 있다. 나머지는 점으로 표시돼 있다. 점의 개수는 그 달의 날 수에 따라 다르며 하루가 지남에 따라 점을 이어서 한 달이 지나면 동물이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달력의 수익금은 모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www.ekara.org)에 전달된다. 어렸을 적, 점 잇기 색칠공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김목애 디자이너는 “한 달에 한 번 달력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그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 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점점은 멸종위기 동물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의미가 있어요. 매일 점과 점을 연결해 동물을 완성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언젠가 사라지잖아요. 점점 사라지고 있는 동물들과 같아요. 점점달력을 통해 많은 분들이 멸종위기 동물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소셜펀딩을 기획한 조성도 슬로워크 디렉터는 "두 달력 모두 설정했던 목표보다 훨씬 모금이 잘 되었다”며 “모금이 끝나면 각각 1000부씩 찍어 이로운몰(www.erounmall.com) 등 윤리적 쇼핑몰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의균 대표 등 슬로우워크의 임직원 12명은 환경과 사회에 이로운 대안을 자사 블로그(www.slowalk.com)에 꾸준히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는 디자인 분야 미디어로도 상당한 지명도를 얻고 있다.

서울 북촌, 20여 평 작은 한옥 사무실에서 디자이너들이 만든 '점' 하나만한 작은 희망에 여러 사람들의 '점'만한 참여 하나하나가 이어지면 미래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그려지지 않을까? (달력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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