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아닌 '직원 유니폼' 바꿨더니 매출이 뛰어?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2.12.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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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트렌드/ 손님 끄는 '디자인의 힘'… 디자인 차별화 전략을 짜라

오디오 전문브랜드 '뱅앤올룹슨'은 제품의 질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회사는 판매 부진에 대한 자구책으로 제품 디자인 개선을 위해 산업디자이너 야콘 옌센을 고용했다. 그 후 뱅앤올룹슨은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다.

애플 역시 뛰어난 디자인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1990년대 중반, 매출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애플은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iMac'(1998)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의 미래지향적인 미니멀한 디자인은 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져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이처럼 현대 산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과거에는 품질을 보고 제품을 구입했다면 상당수의 고객들은 이제 디자인을 따진다.

자영업과 외식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홍영표 교수는 "고객의 80% 이상이 외부 디자인으로 해당매장의 서비스와 재화 수준을 판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디자인은 고객이 해당매장의 콘셉트와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요소가 소비심리 자극
고객의 소비성향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프랜차이즈업계도 디자인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브랜드의 특성을 비중있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작게는 접시와 같은 소품디자인부터 크게는 간판디자인까지 다양한 요소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고객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옥외 간판디자인이 중요하다.

기존 프랜차이즈 매장의 옥외간판 형태는 1자 통간판 형태인 플렉스 간판이나 아크릴 간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들 간판은 너무 보편화됐기 때문에 차별성을 부여하기 힘들다. 시선을 주목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폰트와 색상을 사용한 경우가 많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부산, 밀양 등 여러 지자체에서는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간판 정화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업계는 통간판 형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간판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사례로 캐릭터를 사용한 '닭잡는 파로' 간판을 꼽을 수 있다. 사각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간판을 구성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간판에 사용되는 조명 위치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


↑ 맛깔참죽

두번째 사례는 건물의 깨끗한 외관을 그대로 살린 간판이다. 브랜드 네임이나 로고만 간판으로 작게 연출해 미니멀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건물의 외관이나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매장에서 주로 채택하는 방법이다. 조명을 켜면 한층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어 맥주전문점과 같은 야간영업을 하는 매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맛깔참죽'과 'OB골든라거 펍'이 이같은 간판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매장 내부 역시 디자인 열풍에 휩싸였다. 인테리어가 전부였던 기존의 내부 디자인에서 접시, 스푼 등 작은 집기나 소품을 이용해 더욱 섬세하게 매장 이미지를 가꾸고 있다.


↑ 아리가또 맘마

대표적인 매장으로는 오사카식 일본음식 전문점 '아리가또 맘마'를 들 수 있다. 오사카여행을 테마로 한 이곳은 오사카 지하철 노선으로 꾸민 선반, 여행지도, 가이드북, 아기자기한 소품 등으로 일본 현지의 식당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뉴판은 여행앨범 형식으로 돼 있으며 다양한 메뉴의 소개와 함께 일본 오사카 풍경사진이 담겨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아기자기한 식기류에 여권 케이스를 활용한 계산서까지,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일본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도록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다.

이처럼 단순한 소품의 변화만으로도 죽어있는 매장에 살아있는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다. 고객 역시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 펀비어킹 유니폼▲ 펀비어킹 유니폼


유니폼 바꿨더니 '밀리언셀러 브랜드'
직원들의 유니폼 역시 디자인의 대상이다. 기존 유니폼들은 청결하거나 단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흰색이나 검은색 같은 무채색 계열 컬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유니폼은 다양한 컬러로 디자인해 브랜드의 콘셉트와 통일성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직원 유니폼이 매출과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의 맥주전문점 '후터스'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독특한 직원 유니폼으로 고객들의 시선을 유혹하며 단기간에 밀리언셀러 브랜드로 거듭난 바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비어카페 '펀 비어킹'의 유니폼이 있다. 바이킹을 콘셉트로 한 펀 비어킹은 브랜드와 통일성을 위해 선원을 연상시키는 '마린 룩' 디자인으로 유니폼을 제작했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의 가로 줄이 들어간 이 유니폼은 마치 대항해시대의 선원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스타일의 두건을 함께 착용해 청결한 이미지도 동시에 만족시켰다.

개인브랜드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보기 좋은 매장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매장을 꾸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이유도 예비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기업형 프랜차이즈는 디자인 콘셉트가 확실하기 때문에 손쉽게 매장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통일성을 갖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테리어 비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한 지출을 요구하는 업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고가의 인테리어 리뉴얼을 점주들에게 강요하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을 단속하고 새로운 규제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명확하고 개성있는 매장 디자인을 원한다면 확실한 디자인 콘셉트를 추구하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본사에 인테리어·디자인 전담 부서가 있는지 꼼곰히 확인해야 한다. 하청형식으로 지정된 인테리어업체를 소개하는 업체는 본사 수익만 생각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현대사회의 소비심리는 제품 디자인으로 판가름 난다. 삼성, 애플과 같은 유수한 기업에서 뛰어난 디자이너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며 "자영업 역시 고객들의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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