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 짓기 '마판(麻煩)'하네

머니투데이 홍찬선 베이징 특파원 2012.11.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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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World News/ 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

‘今日貨幣’. 머니투데이를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진르후어삐’다. 머니투데이가 영어로 ‘오늘의 돈’을 뜻하는 ‘Money Today’이니까, 이를 중국어로 의역(意譯)한 것이다. 소리 나는 대로 하자면 ‘模擬投得(모니토우데이; 모의로 투자해서 얻는다)’다거나 ‘莫逆投得(모니토우데이, 투자해서 얻는 막역한 사이)’로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 사람들도 익숙한 ‘今日貨幣’로 정했다.

머니투데이를 굳이 今日貨幣로 한 것은 절대 원해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중국에 처음 가서 회사 등록을 하려면 회사 이름이 반드시 중국식 한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 이름이 영어라서 중국어 이름이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 봐도 입만 아프다. 빨리 근사한 중국식 한자 이름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에는 재미있는 한국 기업의 이름이 많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한자어가 있는 경우에는 그냥 三星과 現代로 쓴다. 하지만 한자가 없는 회사는 ‘뜻도 좋고 발음도 멋진’ 중국어 이름을 짓는 게 큰 일 중의 하나다.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중국에서의 비즈니스의 성공과 어려움을 가를 수 있다.


CJ그룹의 중국법인인 CJ차이나가 판매하는 쇠고기 다시다, 파리바게뜨 중국 상하이 매장(왼쪽부터)



◆비즈니스 성패 가르는 중국어 회사명

LG의 중국어 이름은 ‘러진(樂金)’이다. 럭키금성에서 유래한 말이다. SK는 ‘아이쓰카이(愛思開)’다. 에스케이라는 발음과 비슷하면서 ‘생각 여는 것을 사랑한다’는 근사한 뜻도 갖고 있다. 물론 일상적으로는 LG와 SK라는 회사 이름을 사용한다. 또 베이징(北京)의 중심지인 궈마오(國貿, 무역센터)빌딩 근처에 있는 LG중국 본사건물은 ‘LG슈왕즈쭤따샤(雙子座大廈, 쌍둥이빌딩이라는 뜻)’, SK차이나 본사건물은 ‘SK따샤(大廈)’처럼 LG와 SK란 명칭을 쓴다. 하지만 법인명칭, 그러니까 ‘호적상 명칭’은 LG나 SK가 아닌 ‘러진’과 ‘아이쓰카이’다.

한화는 ‘韓華’로 쓴다. 원래 한화는 한글 이름이지만(한국화약의 줄임 말이기는 하지만 한화에 해당되는 한자는 없다), 중국어로 읽어도 ‘한화’가 된다.(물론 성조(聲調)가 있어 실제로는 ‘한~화~’처럼 들린다. CJ의 중국 이름은 ‘希杰’이다. 발음이 ‘시졔’로 CJ와 거의 똑같은데다 ‘뛰어난 희망’이란 뜻도 갖고 있다. 롯데는 ‘樂天’이다. 발음이 ‘러톈’으로 비슷하게 들리고 뜻도 ‘즐거운 하늘’이다. STX는 ‘ ‘世騰(스통)’이다. '세계로 도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나은행은 ‘韓亞銀行’이다. 하나라는 중국어는 ‘이(一)’이지만 음이 다르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한 ‘한야(韓亞)’로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은행 계열이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아시아나항공의 중국어 이름이 ‘韓亞航空(한야항콩)’인 탓이다. 우리은행은 ‘友利銀行’이다. 우리식 발음으로는 우리은행, 중국어 발음으로는 ‘여우리인항’이다. ‘이로운 벗’ 같은 은행이라는 뜻이다.

의류로 중국 진출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랜드는 ‘衣念’으로 표기하고 ‘이녠’이라고 읽는다. ‘옷을 생각한다’는 뜻이다(물론 중국어는 목적어가 동사 다음에 오기 때문에 문법적으로는 ‘念衣(녠이)’가 맞지만 비즈니스와 문법과는 거리가 있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락은 ‘樂扣樂扣’다. 우리말 발음은 락구락구이고, 중국어 발음은 러커우러커우다. 뜻은 ‘즐겁게 잠근다’를 두번 반복하는 것으로, Lock&Lock과 비슷하다.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로 한 것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제공하면서 ‘빵 문화’를 바꾸고 있는 파리바케뜨는 ‘巴黎貝甛’다. 프랑스의 파리를 소리 나는 대로 巴黎로 하고, 바게트는 발음이 비슷한 ‘뻬이톈’으로 하면서 ‘달콤한 보배’라는 뜻의 ‘貝甛’을 붙여서 만든 말이다. 세계적 커피숍인 스타벅스의 중국어 이름이 ‘星巴克’인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별이라는 뜻의 스타는 성(星)으로 의역하고, 벅스는 소리나는 대로 ‘바커(巴克)’로 음역한 뒤 합성한 것이다.

뚜레주르의 중국어 이름, ‘多樂之日’도 운치가 있다. 발음이 ‘뚜어러즈르’로 뚜레주르와 거의 비슷한데다, 뜻도 ‘(빵을 먹어) 즐거움이 많은 날’ 또는 ‘매우 즐거운 날’이라는 원래 프랑스어, ‘Tous les Jours’와 완전히 일치한다. 올해 중국에 진출한 카페베네는 ‘咖啡陪你(카페이페이니)’다. ‘너랑 함께 하는 커피’라는 뜻이고 발음도 비슷하다.

◆음역-의역 동시 감안해야

회사 이름을 한자어로 바꿔야하는 고민은 한국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나라는 물론 일본 등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의 캐논은 ‘佳能’으로 쓰고 ‘자넝’으로 읽는다. 발음은 약간 다르지만 뜻은 ‘아름다운 기능’이니 그럴 듯하다. 소니는 ‘索尼(수어니)’다. 소니(Sony)가 소리라는 영어, sonic에서 유래한 말인데, 발음대로만 바꾼 것이다. 중저가 의류로 유명한 유니클로(UNICLO)는 ‘優衣庫(여우이쿠)’다. ‘좋은 옷 창고’라는 뜻이다.

미국의 씨티은행은 ‘화치(花旗)은행’이다. 발음은 ‘화치’라서 씨티와 완전히 다르지만 미국 국기인 성조기의 옛 이름이 花旗라는 것을 감안해, 이름을 지었다.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Wolks Vagen)은 ‘大衆’이 됐다. 폭스바겐이 ‘국민차’라는 뜻인 것을 감안해 ‘따종(大衆)’으로 음역한 것이다. 벤츠는 ‘奔馳(번츠)’로 음역했고(빠르게 달린다는 뜻), BMW도 ‘寶馬(바오마)’로 음역과 의역을 동시에 감안했다.

LG나 SK, CJ처럼 영어 알파벳 2자로 된 회사는 ‘상표권 보호’에서도 약간 골치를 앓고 있다. 중국에서 알파벳 2자로 된 상표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주유소를 오픈한 뒤 SK라는 간판을 달거나 세탁소를 연 뒤 LG라는 상표를 붙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STX IBM BMW SONY 등처럼 알파벳 3개 이상으로 된 상표는 보호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할 수 없이 회사 이름과 회사 로고를 함께 묶어 3자로 해서 상표 등록을 한다. LG를 미소 짓는 LG로고와 함께, SK를 행복날개와 함께 말이다.

회사 이름을 반드시 한자어로 만들어야 한다든지, 알파벳 2자로 된 상표는 보호하지 않는 것. 중국으로서는 그래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하는 회사로서는 명백한 규제다. 매우 성가시고 복잡하다(중국어로는 마판(麻煩)이라고 한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G2)에서 세계 제일(G1)로 부상하려면, 이런 규제들을 ‘담대하게’ 풀어줘야 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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