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외국계 운용사 철수 도미노, 배경은

더벨 신민규 기자 2012.11.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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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명맥만 유지해오다 관련 사업부문 철수 결정

더벨|이 기사는 11월13일(14:3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 선진운용기법을 전수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2005년 이후 우후죽순 들어섰던 외국계 운용사들이 누적된 적자로 국내사업을 철수하거나 영업본부를 통폐합하는 등 진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외사들이 국내 시장을 아예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자발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자산운용(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은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관련 인력 4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진출 1년만에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4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델리티자산운용(FIL Asset Management(Korea) Limited)은 한때 6명 이상으로 유지했던 홀세일 파트(법인영업본부)인력을 지난 여름 전후로 2명으로 축소했다. 업계에선 1조원 미만의 기관 일임계약금액으로는 본부 내 인건비나 기타 비용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해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 일임계약금액은 지난 2011년 12월말 1조6556억 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이달 9일 기준 8803억 원까지 급감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리테일 영업인력을 대거 축소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별도로 운용했던 리테일 마케팅 부문(third party distribution)과 홀세일 파트(법인영업)를 하나의 영업파트(Sales&Distribution)로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리테일 부문 인력의 절반 이상인 3명을 구조조정했다. 통합부서에는 리테일 인력 2명과 홀세일 부문 인력 7명이 배치됐다.

반년째 원매자가 없어 차질을 빚고있는 ING자산운용 매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거래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성공적인 매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금융기업집단인 ING그룹은 지난 3월초부터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방침을 세우고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ING운용은 ING생명과 분리매각 방침을 세웠고 올 초부터 CS에 맨데이트를 주고 원매자를 찾는 중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철수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로는 일단 개인과 기관일임 자금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친 기형적인 수탁구조가 장기간 지속돼왔다는 점이 꼽힌다. 금융위기 이후 간판펀드 부진으로 총 설정액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근근히 명맥만 유지해오던 외국계 운용사들이 이제는 부실한 사업부문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사업구조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피델리티는 전체 설정액(AUM) 2조9790억 원 중에서 기관 일임계약금액이 8803억 원에 불과하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설정액 2조3130억 원 중에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 비중이 3918억 원 수준이다. ING자산운용은 설정액이 20조6839억 원으로 업계 10위권에 들어가지만 기관 일임자금이 18조2833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마저 계열사인 ING생명으로부터 받은 자금이 상당해 만약 ING생명을 KB금융이 인수할 경우 ING자산운용의 수탁고가 KB금융 계열인 KB자산운용 등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이 그동안 국내 사업에 대한 재투자 의지없이 최소비용을 제외하고 순익의 95%이상을 배당하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인 점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이 라이선스를 넘기고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당국의 공적자금을 기대하기도 해 실망감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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