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건설시장과 한국 건설기업들은 인연이 많다. 해외건설시장 진출 제1호는 1965년 5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수주한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생활환경이나 진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동남아시아 건설시장이 우리 건설기업들의 주요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1990년대 중반부터 SOC(사회간접자본)와 도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동남아 국가들이 자금 부족으로 민간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자 한국 건설기업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수반되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자개발형 사업 증가로 아시아 수주 점유율은 64.7%까지 상승했다.
중동 중심의 해외건설시장이 공고해지는 사이 동남아 국가들이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정정을 안정시키면서 다시 건설투자를 늘리자 한국 건설기업들은 이 지역 시장을 다시 노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건설시장 진출 이후 동남아에서 수주한 공사는 총 2368건, 921억달러. 올들어선 149건, 80억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올 한해 해외 실적이 473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7%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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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의 주력 건설시장은 역시 싱가포르. 1972년 첫 진출 이후 47개 업체가 273건 공사를 통해 273억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베트남 750건 185억달러 △인도네시아 368건 117억달러 △말레이시아 209건 103억달러 △태국 163건 101억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싱가포르는 내년에도 지하철 톰슨 라인(Thomson Line)·주롱매립공사·북남 지하고속도로 등의 토목공사, 보건성 본청과 3개 병원·창이공항 터미널4·법원 청사 등 건축공사 발주가 예정돼 있다.
일부 정부 재정이 부족한 국가는 BOT(수익형 민자사업)이나 PPP(민자발전소) 등과 같은 민간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자원이 많은 개발도상국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이다.
미얀마는 최근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안을 승인하는 등 외국자본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새 법안은 외국법인의 전력, 석유·천연가스, 광업, 호텔·관광, 부동산, 교통·통신, 공단사업, 건설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미 신공항을 PPP방식으로 추진하고 있고 한국서부발전과 현대건설 등이 주도하는 한국컨소시엄은 50만킬로와트(kW) 규모의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MOA(합의각서)를 미얀마 전력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도 정정이 안정되면서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인프라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같은 회교도국가인 중동의 부호나 국부펀드가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 지하철 공사 등을 민자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건설시장은 전 세계 건설시장의 40%에 달하고 대부분 개발도상국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중동보다 수주물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도상국이어서 투자개발형 사업이 늘어나겠지만 단순 도급공사 수주를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의 수출금융지원 속에 건설사들도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