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프리' 마케팅이란 분양가의 40%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잔금 60%에 대한 대출이자를 건설업체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다. 3년간 살다가 이주 희망가구에 한해 전액 환불처리도 가능하고 취득세도 건설사가 대납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었다.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 아파트 전경.ⓒ송학주 기자
계약금 10%만 내고 살다가 2년 뒤 거주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공급업체가 해당 주택을 그대로 매입하고 고객이 낸 취득세까지 돌려준다.
↑ 부산 평균 아파트값 1㎡당 시세 추이.ⓒ부동산114 제공
미분양이 쌓이면서 부산에선 "분양시장의 열기가 끝물에 다다른 게 아니냐"란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실제로 부산 전 지역 아파트값이 올 초부터 서서히 빠지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 부산 아파트의 ㎡당 평균 시세는 533만원에서 10월 말 현재 507만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외지에서 넘어온 기획부동산 등이 호가를 띄워놓고 웃돈을 붙여 현지인에게 팔아넘긴 여파가 최근에서야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같은 투기세력들은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사서 당첨된 후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되파는 이른바 '점프통장'을 사용했다.
부산 연산동 Y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기획부동산들이 가점 높은 A급 청약통장을 서울에서 무더기로 사와 분양권을 확보한 후 4000만원 안팎의 웃돈을 붙여 팔고 떠났다"며 "결국 프리미엄을 주고 비싸게 매입한 현지인들이 최근 가격 하락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2년된 '연산자이' 84㎡의 경우 올 초만 해도 분양가보다 1억원 정도 오른 4억원에 거래됐다가 최근엔 7000만원 빠진 3억3000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부산의 경우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꾸준히 상승한 후 최근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도시공사 전경. 벽면에 대연혁신도시에 분양중인 힐스테이트푸르지오 분양 광고 현수막이 걸려있다.ⓒ송학주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 대연동 일대는 혁신도시 개발호재로 '아파트 로또시장'으로 불렸다. 부산 번화가 중 한 곳인 경성대와 맞닿아 있고 경성대·부경대역을 걸어서 3분이면 이용할 수 있어 매매는 물론 전·월세의 거래수요도 풍부해서다.
하지만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8월 분양한 일반분양분 1060가구의 계약률이 41.6%에 그치는 등 대거 미분양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대연혁신도시 미분양 상황을 부산 분양시장의 침체기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대연동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대연혁신도시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3.3㎡당 200만원이나 싸다"며 "입지조건이 양호하고 분양가도 저렴한 이 지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것은 부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조기 분양 성공을 자신했던 부산도시공사가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는 등 '초짜'의 미숙함도 미분양사태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 부산 대연동 대연혁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