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과거사 '털고' 통합 '강조'…"功은 국민께, 過는 제가 안겠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2.10.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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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故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서 "아버지 놓겠다"…'과거사 논란' 끝나나

ⓒ뉴스1제공ⓒ뉴스1제공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6일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이제 아버지를 놓아 드리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과거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후보에게 '과거사 사과'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던 5·16사건이나 "두개의 판결이 있었다"고 했던 인혁당 사건에 대해 뒤늦게 사과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자존심과 직결돼 있는 문제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그런 박 후보가 아버지 시대의 과오(過汚)를 사과하고, 대신 '국민대통합'을 외쳤다.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한' 통합메시지 =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제33기 추도식'에 참석, "아버지에게는 그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말씀드린다"면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말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박 후보는 이날 또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고 그 시대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공(功)은 인정하되 과(過)는 자신이 치유하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후보는 "그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나라사랑의 뜻을 가슴에 담고 산업화의 역량과 민주화의 열정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정수장학회 문제를 포함해 아직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를 말끔하게 털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루 빨리 과거사 논란을 매듭짓고 민생·정책행보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다.


박 후보는 선친에 대해서는 "가난하고 힘없던 나라의 지도자"라고 회고했다.

그는 "경제개발의 종자돈이 없어 다른 나라에 머리를 숙여 도움을 청해야 했고, 열사의 땅과 정글 속에 뿌려진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고속도로를 닦고 공장을 건설하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셨던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과거사 논란' 끝낼 수 있을까 = 이날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과거사 문제는 종결'이라는 입장이다.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신 날을 추도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박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데는 그만큼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당 관계자는 "박 후보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상처받은 분들을 모두 끌어안고 가야,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전한 메시지는 과거사 논란을 끝내는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야말로 정책으로만 승부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과거사 논란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쪽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전했을 뿐, 대통합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모습이다.

아울러 이날 추도식에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과 지난 25일 합당한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도 함께 했다. 또 오전에는 김학송 민주당 전 의원을 유세지원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만큼, 국민대통합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수장학회 입장을 밝혔지만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고 김지태씨가 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나중에 정정하긴 했지만)강탈당한게 아니라 자진헌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당내에서 요구했던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를 직접 거론하지 않아, 여전히 '불통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그 후에도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들의 질문이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 때 말씀드린게 전부"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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