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B씨, 교복女 성인야동 봤다가…

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 2012.10.11 08:14
글자크기

[음란물 단속논란]평범한 대학생도 전과자될 판, 알리는 과정 필요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의 음란물 단속방침에 "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옹호론 못지않게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 없이 성급히 법 집행이 이뤄진다"는 비난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사법당국의 아동음란물 단속은 엄격한 잣대 없이 여론에 편승한 조치라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심지어 교복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봤다는 이유로 경찰에 소환되면서 일부에서는 헌법소원과 정식 재판까지 불사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열받은 사람들…헌법소원도 추진=경찰 조사를 받은 휴학생 A씨(24)는 불안한 마음에 지난 9일 법률자문을 받았다. A씨는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벌금형 이상 선고받는다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자신과 비슷하게 경찰 조사를 받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인터넷카페 등에서 모아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의대생 B씨, 교복女 성인야동 봤다가…


일부 법률전문가는 아동음란물 단속 근거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국선변호인으로도 활동하는 신민영 변호사는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을 기준으로 형법은 침입적 법률이랑 수혜적 법률로 나뉜다"며 "수혜적 법률은 사회에 해를 입히는 게 아니니 두루뭉술한 법조항이 있어도 용인되나 침해적 법률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조항에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구절은 명확성원칙에 어긋난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처벌을 규정한 '침입적 법률'이지만 법조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웹하드 처벌받지만 실시간 영상 열람은 괜찮다?=의대생 B씨(21)도 9월말 경찰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았다. B씨가 이용한 파일공유 프로그램 '토렌트'가 화근이었다.

그는 "토렌트를 이용하면 갖고 있는 파일이 자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져 파일유포자가 된다"며 "단순히 음란물을 받기만 했는데 자동으로 업로더(인터넷에 파일을 올려 공유하는 사람)가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B씨는 교복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성인물을 받은 죄로 장래희망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의대생인 B씨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받으면 의사로서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


대학원생 C씨(31)도 경찰에서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그는 몇달 전 인터넷 웹하드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았다. 한 달 평균 10건 정도 내려받았다. 오래돼서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교복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애니메이션이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공부를 마친 뒤 미국이나 영국 등 국외를 자주 오가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미국 등 외국에 나갈 때 범죄이력조회를 하는데 중범죄자로 인식돼 비자 발급을 거부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학생 D씨(23)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지칭하는 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법당국이 9월부터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자 일제단속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D씨는 "포괄적인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이라는 말에 수능을 며칠 앞둔 고3까지 바들바들 떠는 상황"이라며 "나 같은 수많은 단순소지자가 법안 개정 및 처벌규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벌금형 등 실형을 선고받을까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아동음란물 단속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이들도 음란물에 쉽게 노출돼 있고 특히 아동청소년음란물의 경우 폐해가 심하다"며 "현재 우리 인터넷문화가 너무 왜곡돼 있다"고 말해 음란물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청은 지난달말 기준 인터넷 웹하드업체 253곳 가운데 113곳을 대상으로 사법처리하거나 폐쇄명령을 내렸다. 또 140곳을 내사 중이다. 경찰은 아동음란물 제작자 및 단순소지자 314명을 기소했으며 1292명을 조사 중이다.

사법당국이 강경자세로 나오는 상황에서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는 "성폭력범죄자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할 때 아동청소년음란물이 발견돼 같이 기소한 적은 있지만 단순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한 적은 없다"며 "기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적용사례에 비춰볼 때 단순 소지자를 첫 적발부터 형사처벌하는 것은 무거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