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비망에도… 야구 암표상들 '텍사스 안타'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2.10.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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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준PO 야구장 가보니… 집중단속 불구 경찰관 등 뒤서 "암표 있어요"

암표상 천지였다. 2012 프로야구 두산vs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주변에서는 경기 전 수십명의 암표상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중앙매표소부터 제2, 3매표소를 지날 때마다 4~5명의 암표상이 달라붙어 "옐로우 레드 옐로우 레드"를 속삭이며 팔을 잡았다. 치열한 호객행위로 암표상끼리 가벼운 언쟁도 벌어졌다.



↑ 50대 중년 여성 암표상은 "1루측 3루측 옐로우 레드 지정석을 가리지 않고 표를 줄 수 있다"며 코팅해 놓은 야구장 좌석표를 들이밀었다.↑ 50대 중년 여성 암표상은 "1루측 3루측 옐로우 레드 지정석을 가리지 않고 표를 줄 수 있다"며 코팅해 놓은 야구장 좌석표를 들이밀었다.


정가 3만원의 옐로우 지정석은 5만원, 3만5000원의 레드지정석은 7만원을 불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전좌석 예매제로 바꾸고 1인당 최대 4장의 표를 살 수 있도록 했지만 소용 없었다. 6장, 10장씩 표를 구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수십명의 암표상은 전부 "가능하다"고 답했다.

3시에 시작된 현장판매는 금세 끝났다. 현장판매는 예매표 취소분에 한정됐기 때문. 낮 12시30분부터 현장에 나와 기다렸다는 롯데팬 정모씨(40)는 "암표상만 없으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구를 좋아하지만 땀 흘리며 표 기다리는 과정까지 좋아할 수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단속을 시작한다던 경찰은 오후 3시30분까지 보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3시부터는 단속 준비를 하고 관객이 실질적으로 입장하는 4시부터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3대의 기대마(전경버스)에서 형광색 조끼를 차려 입은 서울경찰청 기동단 51중대 인원이 차례대로 내렸다. 이들과 정복 및 사복경찰 등 150여명이 경기장 주변에 도착하자 암표상들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표 환불시간이 지나 환불도 불가능해지자 저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60만원 들였는데 이게 뭐야. 너 65만원 부쳐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 단속보다는 암표 판매 방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나온 서울 송파경찰서 간부는 암표상에게 다가가 "기자들 깔렸어. 저리 나가라고" 외치며 몸을 떠미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간부가 지나가기 무섭게 등 뒤에서는 "지정석 있어요. 1루 3루 다 있어요" 속삭이며 중년 암표상들이 지나갔다.

눈에 잘 띄는 형광색 조끼 차림의 경찰들이 매표소 주위에 몰려있자 일부 암표상은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및 6번 출구 앞에는 각각 1명의 경찰이 서있었지만 암표상은 경찰에게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귓전에 "지금 빨리 사야돼요"라고 읊조렸다.

지하철 역사 안에도 경찰이 곳곳에 있었지만 암표상들은 더 했다. 종합운동장역 승강장까지 내려와 호객행위를 계속 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와 같은 허술한 단속이 계속될 경우 9일과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5차전 역시 암표상 천지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현장판매분 표를 구하지 못하고 암표상에게 5만원권 표 2장을 구입한 한 30대 시민은 "1년 중 가을에만 있는 큰 이벤트인데 웃돈을 더 주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표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현장 단속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암표상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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