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매표소부터 제2, 3매표소를 지날 때마다 4~5명의 암표상이 달라붙어 "옐로우 레드 옐로우 레드"를 속삭이며 팔을 잡았다. 치열한 호객행위로 암표상끼리 가벼운 언쟁도 벌어졌다.
↑ 50대 중년 여성 암표상은 "1루측 3루측 옐로우 레드 지정석을 가리지 않고 표를 줄 수 있다"며 코팅해 놓은 야구장 좌석표를 들이밀었다.
3시에 시작된 현장판매는 금세 끝났다. 현장판매는 예매표 취소분에 한정됐기 때문. 낮 12시30분부터 현장에 나와 기다렸다는 롯데팬 정모씨(40)는 "암표상만 없으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구를 좋아하지만 땀 흘리며 표 기다리는 과정까지 좋아할 수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윽고' 3대의 기대마(전경버스)에서 형광색 조끼를 차려 입은 서울경찰청 기동단 51중대 인원이 차례대로 내렸다. 이들과 정복 및 사복경찰 등 150여명이 경기장 주변에 도착하자 암표상들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표 환불시간이 지나 환불도 불가능해지자 저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60만원 들였는데 이게 뭐야. 너 65만원 부쳐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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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장 단속보다는 암표 판매 방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나온 서울 송파경찰서 간부는 암표상에게 다가가 "기자들 깔렸어. 저리 나가라고" 외치며 몸을 떠미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간부가 지나가기 무섭게 등 뒤에서는 "지정석 있어요. 1루 3루 다 있어요" 속삭이며 중년 암표상들이 지나갔다.
눈에 잘 띄는 형광색 조끼 차림의 경찰들이 매표소 주위에 몰려있자 일부 암표상은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및 6번 출구 앞에는 각각 1명의 경찰이 서있었지만 암표상은 경찰에게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귓전에 "지금 빨리 사야돼요"라고 읊조렸다.
지하철 역사 안에도 경찰이 곳곳에 있었지만 암표상들은 더 했다. 종합운동장역 승강장까지 내려와 호객행위를 계속 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와 같은 허술한 단속이 계속될 경우 9일과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5차전 역시 암표상 천지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현장판매분 표를 구하지 못하고 암표상에게 5만원권 표 2장을 구입한 한 30대 시민은 "1년 중 가을에만 있는 큰 이벤트인데 웃돈을 더 주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표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현장 단속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암표상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